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인정한 대법원 최신판례가 나왔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46630 판결). 해당 판례는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법정의견을 재확인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법정의견은 (a) 사인(私人) 소유 토지에 대한 소유권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는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b) 그 포기는 물권적인 것이 아니라 채권적인 것으로서 (c) 위 포기 관련 사정을 알고서 위 토지의 소유권을 승계한 위 토지의 특정승계인에게는 이전 소유권자가 한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의 효력이 그대로 미친다고 했다. 해당 판시는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해당 판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를 공적 목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으면 대부분 위 (a)에서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공권력이 사유재산권을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사실상 무기한 침해하는 행위를 용인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이에 관하여 여기에서 상세히 논하지는 않기로 한다.)

이번 판결의 법리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 법정의견과 동일하므로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구체적 사실관계 면에서는 유의미하다. 위 판결에서 분쟁대상토지 167㎡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사유지로서 좁고 긴 형상이다. 해당 토지는 다른 토지 2,402㎡에 인접해 있고, 위 두 토지의 소유권자는 같다. 그런데 위 두 토지에 관한 사실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분쟁대상토지는 1980년부터 마을 주민들의 공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2) 위 두 토지는 원래 甲 소유의 한 필지였다가 1996년 乙이 그 필지 전체를 매수한 직후 분쟁대상토지(분할 전 필지 면적의 약 6.5%)와 나머지 부분(분할 전 필지 면적의 약 93.5%)으로 분할되었고, 그때 분쟁대상토지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으며, 김해시는 분쟁대상토지를 아스팔트로 포장한 후 그 이래 현재까지 도로로 점유, 관리하고 있다. (3) 乙은 2000년 분쟁대상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토지를 丙에게 매도하였고, 丙은 그 나머지 부분을 공장용지로 지목변경하여 공장시설을 건축하였으며, 丙은 2002년 그 나머지 부분을 丁에게 다시 매도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아래에서, 대법원은 현재까지 분쟁대상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乙은 분쟁대상토지의 특정승계인으로서 甲이 위 토지에 대하여 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의 효력이 乙에게도 미치므로, 乙이 김해시를 상대로 한 도로 철거 및 분쟁대상토지 인도청구는 인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를 법리만이 아니라 위 사실관계[특히 위 (2)와 (3)]와 아울러 음미해 보면, 대법원은 '(가) 토지의 특정승계인이 해당 토지의 종전 소유자가 한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약정의 존재를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나)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인정하더라도 토지 소유권자의 인접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장애를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위 특정승계인에게 종전 토지소유자가 한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의 효력이 미친다고 본 것임을 알 수 있다.

곧,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에 관한 기존 법리의 틀 내에서 포기가 인정되는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엄격한 해석을 통해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되는 범위를 축소하면, 적어도 사인에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필요만을 이유로 사유재산권을 '무제한'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결과는 막을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 법리에 내재된 국가주의의 잔재를 털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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