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판결문 보기)은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교통방해가 발생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이후에 집회 또는 시위에 합류한 참가자에게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두 논지는 모두 옳지 않다. 우선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이다. 이 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0년임을 고려할 때, 이 죄에서의 ‘불통’과 ‘방해’는 도로 또는 그에 수반하는 교통체계를 물리적으로 못쓰게 만드는 것으로 한정해서 해석하여야 한다. 여기서의 불통을 자구 그대로 해석한다면, 출퇴근 시간대에 막히는 국도변에서 빨간 불이 켜질 때마다 신호대기중인 운전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커피와 뻥튀기를 파는 노점 운영자도 어쨌든 교통을 방해한 건 맞으니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로를 막을 의도로 굳이 차도를 점거한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도로행진은 당해 행진이 사전에 신고되어 원활한 교통관리가 가능한 이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부터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가사 집회 또는 시위 그 자체로 인한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교통이 차단된 이후에 집회 또는 시위에 합류한 참가자는 적어도 정범이 될 수는 없다. 일반교통방해가 추상적 위험범이자 계속범이라는 판례의 논지에는 동의하나, 논리적으로 계속범인 범죄의 경우 이미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한 이후에 그 결과의 지속을 용이하게 한 자는 방조범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결과 발생 이후에 범행에 가담한 자에게 가담 이전의 인과관계에 대한 책임까지 물으려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책임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다. 그러한 법적용을 위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암묵적 음모”라는 자의적인 개념이 동원되어야 한다면, 이는 그 해석이 무리한 해석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이미 차량의 교통이 불가능한 도로에 내려온 것을 ‘교통이 불가능해진’ 이유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더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일반교통방해의 방조로 볼 수도 없다. 이 점에 관한 원심의 다음과 같은 판단은 간명하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쉽다.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하여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도로에 걸어 나간 것만으로는 교통방해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고, 집회참가자들의 도로 점거 이후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설시만 딱 한 줄 했을 뿐 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그러면서 정작 피고인에게 도로점거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의 권위를 제외하면 이 논지는 간명하지도 않고 직관적이지도 않다. 대법원은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못마땅했고 다만 사실관계상 차마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어 이런 판결문을 낸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못마땅해도 타당한 건 타당한 것이다. 공안 광풍이 불던 시대의 법리를 2010년대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