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3

틀린 답은 아니지만 좋은 답도 아닌 판결: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기각판결(대법원 2018오2, 2019오1)에 부쳐

비상상고는 (1) 이미 확정된 판결이 (2)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확인하고 (3) 그 위반한 부분을 파기하되 (4) 해당 확정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효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예외적 제도이다(형사소송법 제441조, 제446조, 제447조). 그래서 검찰총장만이 비상상고를 할 수 있고, 비상상고 사건은 대법원이 단심으로 재판한다. 즉, 대법원의 비상상고 인용 또는 기각 판결은 해당 비상상고이유에 관한 처음이자 마지막 법적 판단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통상의 상고심 판결과는 달리 비상상고사건 판결에 대해서만큼은 모든 책임을 오롯이 지게 되므로, 비상상고사건 판결서는 통상의 상고심 판결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성되기 마련이다. 비상상고사건 판결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음미해야 한다. 이 사건 비상상고의 정확한 법적..

이것저것생각 2021.03.13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에 관한 단상

* 대법원 보도자료 보기: 클릭 일각의 우려와 달리 판결 자체는 오히려 수사기관의 과도한 수사, 특히 (특별)검사의 무리한 기소를 경계하는 취지이다. 이는 범죄인의 처단보다 무고한 피고인의 무죄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큰 줄기가 종국적으로는 그 대원칙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행위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이 무죄취지 파기환송을 한 부분은 특별검사가 위 피고인들이 위 지원배제 과정에서 실..

이것저것생각 2020.01.30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판시 3선

*먼저 읽기: 2019/08/29 -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요지 및 향후 파기환송심 전망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세 건의 전문을 읽었다. 세 판결 중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담고 있는 피고인 최서원 등에 대한 판결(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판시 세 꼭지를 아래에 소개한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문 세 건의 전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대안으로 아래 내용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1.“[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 9. 15. 단독 면담에서 이재용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 삼성그룹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이것저것생각 2019.09.03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요지 및 향후 파기환송심 전망

2019. 8. 29.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상고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위 피고인 3인에 대한 각 대법원 판결의 요지와 이들에 대한 환송 후 항소심 판결 전망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인 박근혜: 전부 파기환송 (유무죄 판단은 유지)*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보도자료 보기: 대법원 홈페이지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공무원이 재임 중 범한 뇌물 관련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경우 동 범죄가 타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더라도 동 범죄에 관한 별도의 형을 선고하여야 함. 그런데 원심은 그렇게 하지 않고 피고인의 모든 유죄 인정 공소사실에 대해 하나의 형만을 선고하였으므로 이는 위법한바, 원심 판결 전부를..

이것저것생각 2019.08.29

유승준 대한민국 입국비자 발급거부처분 취소 취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고(小考)

​​​대법원이 2019. 7. 11.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유승준에 대한 대한민국 입국비자 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판결 내용은 판결요지와 판결문 및 법률신문 기사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였다. (1) 비자발급거부결정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거부결정을 미국에 있는 유승준 아버지에게 서면이 아닌 전화로만 알려준 것이 적법절차를 준수한 것인지 여부, (3)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거부결정의 사유 및 기간(영구)이 처분내용으로서 적법한지 여부. 이들 중 (1)에서 거부결정의 처분성은 행정청의 사인에 대한 고권적 권력행위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현대행정법의 원리믄 물론 최근 우리 행정사건 판례의 경향에..

이것저것생각 2019.07.1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영장 청구와 사법농단 사태의 미래

+ 2018. 10. 27. 02:05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10/26/0200000000AKR20181026171751004.HTML).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태 관련 첫 번째 구속자가 되었다. '낮은 확률'이라고 점쳤던 일이 실현되었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7165.html).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임 전 처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서는 (누가 봐도 잘못인 것 맞지만)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

이것저것생각 2018.10.27

노동개악과 노동친화성 증진 사이에서: 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비평

그간 휴일근로인 동시에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의 경우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각각 지급하여야 하는지(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200%), 아니면 휴일근로수당 겸 연장근로수당으로서 하나의 수당만 지급하면 되는지(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150%)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1심 사건 접수 후 10년만에 8:5 의견으로 후자가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문 보기).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의 기준단위인 '1주'를 휴일을 제외한 5일로 보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중복하여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휴일을 포함한 7..

이것저것생각 2018.07.01

집회·시위 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이제 그만해야: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에 대한 비판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도11408 판결(판결문 보기)은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교통방해가 발생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통의 흐름이 차단된 이후에 집회 또는 시위에 합류한 참가자에게도 “교통방해를 유발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교통방해의 위법상태를 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두 논지는 모두 옳지 않다. 우선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이다. 이 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0년임을 고려할 때, 이 죄에서의 ‘불통’과 ‘방해’는 도로 또는 그에 수반..

이것저것생각 2018.01.29

이석기 사건, 판결문을 읽어봐도 종북과 내란은 다른 문제다

이석기 사건(수원지방법원 2014. 2. 17. 선고 2013고합620) 판결문 전체를 읽고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A4 10매 분량이라 텍스트로 직접 올리지 않고 PDF 파일로 올립니다. 의견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불펌이나 무단전재는 엄금합니다. *2014/02/17 - 아무리 '종북'이어도 내란은 다른 문제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1심 판결에 부쳐를 먼저 읽고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2014. 8. 12. 추가 이 글에서 앞부분에서 필자가 인정한 RO의 반국가단체성은 ‘지하혁명’조직 RO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스스로 ‘RO라고 부르는 조직’이 국보법 규정, 더 정확히는 제3조가 아닌 제7조에 반하는 단체라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이것저것생각 2014.03.01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 해부: 진일보한 근로자 권익 증진, 하지만 교묘한 ‘재계 봐주기’?

꽤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던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결론을 내렸다(2012다89399, 2012다94643).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그동안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명시적인 최종심 판결은 사실상 없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시한 사실상 최초의 기속력 있는 판결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의 권리-의무 관계뿐만 아니라 법리 면에서도 중요하다.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통상임금은 사용자 측이 임금을 명목적으로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 환경과 형태, 임금 수령 방식 등에 초점을 맞추어 정해져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에 대한 실질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

이것저것생각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