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56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에 관한 단상

* 대법원 보도자료 보기: 클릭 일각의 우려와 달리 판결 자체는 오히려 수사기관의 과도한 수사, 특히 (특별)검사의 무리한 기소를 경계하는 취지이다. 이는 범죄인의 처단보다 무고한 피고인의 무죄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큰 줄기가 종국적으로는 그 대원칙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행위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이 무죄취지 파기환송을 한 부분은 특별검사가 위 피고인들이 위 지원배제 과정에서 실..

이것저것생각 2020.01.30

‘덜 악마같은’ 엠넷의 <퀀덤> 편집과 케이팝의 본령

엠넷 은 다음 주 첫 생방송 겸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번 주 마지막 녹화분(9회차)을 방송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녹화분 방송은 유의미한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방송분은 엠넷이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악마의 편집’ 전략을 ‘훈훈한’ 방향으로 수정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넌지시 전했기 때문이다. 엠넷 -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대주주인 CJ - 은 그간 많은 논란 속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으며 ‘악마의 편집’을 계속해 왔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그것을 용인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편집 방향을 그대로 유지했던 초반부 방송은 CJ의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우려 섞인 유보적 시청소감이 두드러졌다. 거기에 전작 시리즈의 ..

이것저것생각 2019.10.24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판시 3선

*먼저 읽기: 2019/08/29 -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요지 및 향후 파기환송심 전망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세 건의 전문을 읽었다. 세 판결 중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담고 있는 피고인 최서원 등에 대한 판결(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판시 세 꼭지를 아래에 소개한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문 세 건의 전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대안으로 아래 내용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1.“[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 9. 15. 단독 면담에서 이재용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 삼성그룹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이것저것생각 2019.09.03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요지 및 향후 파기환송심 전망

2019. 8. 29. 피고인 박근혜-최서원-이재용에 대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상고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위 피고인 3인에 대한 각 대법원 판결의 요지와 이들에 대한 환송 후 항소심 판결 전망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인 박근혜: 전부 파기환송 (유무죄 판단은 유지)*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보도자료 보기: 대법원 홈페이지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공무원이 재임 중 범한 뇌물 관련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경우 동 범죄가 타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더라도 동 범죄에 관한 별도의 형을 선고하여야 함. 그런데 원심은 그렇게 하지 않고 피고인의 모든 유죄 인정 공소사실에 대해 하나의 형만을 선고하였으므로 이는 위법한바, 원심 판결 전부를..

이것저것생각 2019.08.29

유승준 대한민국 입국비자 발급거부처분 취소 취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고(小考)

​​​대법원이 2019. 7. 11.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유승준에 대한 대한민국 입국비자 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판결 내용은 판결요지와 판결문 및 법률신문 기사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였다. (1) 비자발급거부결정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2)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거부결정을 미국에 있는 유승준 아버지에게 서면이 아닌 전화로만 알려준 것이 적법절차를 준수한 것인지 여부, (3)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거부결정의 사유 및 기간(영구)이 처분내용으로서 적법한지 여부. 이들 중 (1)에서 거부결정의 처분성은 행정청의 사인에 대한 고권적 권력행위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현대행정법의 원리믄 물론 최근 우리 행정사건 판례의 경향에..

이것저것생각 2019.07.11

여성의 '독박 임신'을 끝내기 위한 절반의 성과: 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에 부쳐

헌법재판소가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에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동 조항을 2020. 12. 31.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기 전까지 잠정적용한다고 명하였다(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 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크게 두 가지 의의가 있으나, 다소 불명확한 이유로 단순위헌 선언이 아닌 헌법불합치 선언을 함으로써 두 가지 아쉬움도 남겼다. 1. 첫 번째 의의: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관계 재정립 이번 결정 법정의견(헌법불합치 의견)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립관계에 있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임신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적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인공임신중절을 결정하는 여성이 반..

이것저것생각 2019.04.11

국가공무원의 노동운동 기타 집단행위 금지조항에 관한 헌법소원 결정을 앞두고

+ 2019. 4. 7. 23:09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이 사건 청구인들이 당해사건에서 승소했고 그 승소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하더라도 법률관계가 바뀔 여지가 없어졌다는 이유다(결정문 보기). 이처럼 중요한 사안이 본안판단을 받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__________ 헌법재판소가 2019. 2. 28. “[국가]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선고한다(2017헌바223). 집단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일부이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현행법상 단순노무제공자가 아닌 국가공무원에게는 원칙적으로..

이것저것생각 2019.02.26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영장 청구와 사법농단 사태의 미래

+ 2018. 10. 27. 02:05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10/26/0200000000AKR20181026171751004.HTML).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태 관련 첫 번째 구속자가 되었다. '낮은 확률'이라고 점쳤던 일이 실현되었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7165.html).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임 전 처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여러 가지인데, 그 중에서는 (누가 봐도 잘못인 것 맞지만)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

이것저것생각 2018.10.27

이명박 전 대통령 제1심 판결의 조금 다른 의미

지난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제1심 재판부는 다스는 MB 것이고, MB가 대통령 지위를 앞세워 자기 사기업을 위한 소송비용을 삼성으로 하여금 대납시켰다고 인정했다. 세간에 회자되었던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이 나온 셈이다.그런데 제1심 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실 유죄 선고 부분이 아니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관한 공소기각 부분이다. 실무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소장일본주의의 의의와 그 위반의 효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낭독한 선고문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바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는..

이것저것생각 2018.10.25

노동개악과 노동친화성 증진 사이에서: 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비평

그간 휴일근로인 동시에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의 경우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각각 지급하여야 하는지(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200%), 아니면 휴일근로수당 겸 연장근로수당으로서 하나의 수당만 지급하면 되는지(원래 시급의 50% 가산=원래 시급의 150%)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1심 사건 접수 후 10년만에 8:5 의견으로 후자가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문 보기).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의 기준단위인 '1주'를 휴일을 제외한 5일로 보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중복하여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휴일을 포함한 7..

이것저것생각 201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