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기일 방청 기념 선고사건 논평

Super:H 2017. 12. 28. 23:52

1. 고졸학력검정고시 출신자에게 교대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입시요강에 대하여는 9:0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이 나왔다. 고졸학력검정고시 출신 학생들의 평등권 및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며, 2인 보충의견이 “현대사회에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자유권적 성격도 함께 갖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한은 자유권 제한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해 심사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특히 의미있다. 선고 직후 청구인단과 민변 소속 대리인(변호사)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기자회견도 함께하고 왔는데, 청구인 학생들의 진학상담을 맡았던 대안학교 교사가 2018학년도 입시요강에도 여전히 같은 제한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끝나버린 입시결과는 무를 수 없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확인을 했어도 이미 지원기회를 잃은 학생들이 침해당한 기본권은 회복될 수 없고, 그러한 제한은 만장일치 위헌결정이 증명하듯 100퍼센트 위헌이다. 말도 안 되는 기본권 침해가 앞으로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허용결정 이후 검사의 등사신청 거부행위에 관해서는 8:1 위헌결정이 나왔다. 이 역시 지극히 당연한 결정으로서, 본질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수사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조력권, 재판청구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여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결정에서 1인 각하의견은 이 행위가 위헌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되, 이미 헌재가 동종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한 선례가 있으니 헌법적 해명 필요성이 없고 규범적으로 위헌인 행위의 반복가능성도 인정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러한 각하의견은 이론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각하의견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위헌인 권력적 사실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없게 되어 기본권을 침해당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3-1. 변호사-변리사 관련 사건에서는, 가장 핵심이었던 변호사의 변리사자격 자동부여 및 실무수습의무부과 조항에 대한 청구가 청구기간 도과로 각하되었다. 사실관계를 모른 채 본안판단을 기대했는데, 사실관계상 헌법소원심판 청구기간을 도과했음이 명백해 각하결정을 피할 수 없는 청구였다. 
3-2. 한편 변리사 자격을 가지는 변호사라도 변리사 활동을 하려면 변호사회와 별도로 변리사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관하여는 합헌 4: 위헌 5 로 합헌결정이 나왔다. 위헌의견이 과반이나 위헌결정정족수 6인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러한 형태의 결정은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 격론이 오갔음을 방증한다. 모든 변호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변호사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변호사의 변리사 활동에 있어 이 등록과 별도로 변리사회 등록을 필요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합헌-위헌 판단을 가른 논점이었다. 재판관 5인이 당해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되 9인 재판부의 결정 주문은 합헌으로 낸 것은, 자격 자동부여 폐지, 변리사 활동을 하려는 변호사의 6개월 연수의무 부과 등 변호사와 법조유사직역의 직무범위의 경계가 명확히 그어지고 있는 현 추세에서 변호사의 활동범위를 더 이상 좁히지 않으려는 과도기적 결정을 한 것으로 사료된다.

4. 금융기관 종사자의 직무관련 부정한 재물 수수를 공무원의 뇌물수수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하여는 5:4 합헌결정이 나왔다. 나는 우리나라 금융범죄의 빈발성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가중처벌이 필요하고 또 정당하다는 입장이라 다수의견에 동의하나, 아무리 잘못은 잘못이어도 사인을 공무원과 똑같이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대의견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법정형 하한이 수수액 1억 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5천만 원 이상이면 징역 7년인 것이 매우 중한 처벌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합헌의견이 타당하나 입법부가 향후 사회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법정형을 조정할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5. 사법시험 폐지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이전 결정과 동일한 이유로 동일한 결정(5:4 합헌결정)가 나왔다. 새로이 의미있는 논점이 다뤄지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상론하지 않기로 한다. 1에서 언급한 기자회견 직후에 사시준비생 분들의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었는데, 그 분들의 논거를 이미 익히 들어서 알기에 기자회견 내용은 듣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그 분들이 그렇게 꾸준한 의견개진을 하는 부분만큼은 민주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기본전제인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리고자 노력하신다는 차원에서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이외에 기소유예처분/불기소처분에 대한 16건의 헌법소원 중 기소유예처분 3건이 형사법상 범죄가 성립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법리적으로 형사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기소유예처분은 적법하게 인정되는 증거에 의해 형법상 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하는 처분이므로, 증거가 없거나 죄가 성립하지 않을 때 불기소처분이 아니라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