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0

자기착취 권하는 사회: 약한 해결책, 하지만 깊은 울림 (한병철,『피로사회』 서평)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3-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성과사회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피로사회』는 현대사... 글쓴이 평점 현대인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일터에서는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일터 밖에서는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인은 때때로 체력적·심리적 한계에 부딪히기에, 온종일 일하거나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편안하게 쉴 수 없다. 경쟁사회 속에서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이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한병철은..

이것저것생각 2013.06.03

‘노인과 바다’에서 찾는 인간 내면의 가치: 산티아고와 마놀린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는 85일간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하다 엄청난 크기의 청새치를 건져올리는 데 성공하지만 그것을 상어에게 모두 빼앗기고 마는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을 찾아볼 수 있으며,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노인에게서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희망의 중요성을 찾아내며, 작품의 교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년을 비롯한 노인 외의 다른 인물들의 역할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 해석은 ‘노인과 바다’의 작품 전반에 드러난 주제의식을 고려해 볼 때 타당하다. 그러나 다른 문학 작품들처럼 ‘노인과 바다’ 역시 그것을 ..

이것저것생각 2011.11.29

안개 속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밝히다: 《도가니》의 강인호에 대한 분석과 평가

우리나라 언론에는 잊을 만하면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임원, 정치인 등의 비리가 보도된다. 그 때마다 대중들은 분노하며 비리 관련자의 엄중 처벌과 비리 척결을 촉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검찰의 비리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가 불완전하게 종결되고, 비리 연루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친다. 비리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비리를 은폐함으로써 더 큰 비리의 발생 가능성을 묵인하는 것이다. 이는 《도가니》의 무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애학교 교장 이강석과 행정실장 이강복이 수년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청각장애 아동들을 추행하고 성폭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만행은 무진에 가득한 해무에 의해 가려지고, 대부분의 자애학교 교사들에 의해 다시 감춰지고, 교육청·시청 관계자들을 포함한 무..

이것저것생각 2011.11.22

[서평] 88만원 세대 - 우석훈

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상세보기 10대 후반의 고등학생으로서 바로 앞 세대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했다. 저자가 다양한 예시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식과 사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직접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깊었다. 저자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40대와 50대가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라고 본다. 4, 50대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자녀 세대에게 그것을 물려주려 하면서, 20대를 그들을 공격하는 하나의 ‘덩어리’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 착취’는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지만, ..

이것저것생각 2010.04.30

[서평]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 전국사회교사모임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전국사회교사모임 (휴머니스트, 2007년) 상세보기 판례는 생활 속의 크고 작은 다툼에 대한 법적 해석을 확정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확립한다. 또한 판례는 이 책의 저자들이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법전에 건조하게 자리하고 있는 법조문들이 어떻게 현실 사회에 호흡”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창이다. 판례에는 법조문을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 있고,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이 판례를 소설 읽듯이 재미있게 읽기는 어렵다. 어렵고 딱딱한 법률 용어들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더기로 등장하는데다가 판결문에서만 사용하는 다소 어색한 표현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이것저것생각 2010.04.09

[서평] 불멸의 신성가족 - 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두식 (창비, 2009년) 상세보기 우리나라의 전도유망하고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은 청춘을 희생하고 ‘피터지게’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엄격한 서열에 움츠리고, 엄청난 업무량에 치이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청탁에 괴로워하느라 제대로 된 판결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사건을 잘 모른 채 판결문을 써내야 하니 재판을 진행하면서 소송 당사자들을 윽박지르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십여 년을 살다가 자신이 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되면 브로커에게 대가를 주고 사건을 소개받아 터무니없는 수임료를 챙기고, 판사 시절 그렇게도 싫어했던 청탁을 후배 판사들에게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반복되는 현실이다. 어떤 문제가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뿌..

이것저것생각 2010.04.03

[서평] 생각의 탄생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2007년) 상세보기 이 책은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한 이유와 생각을 잘 하기 위한 13가지 생각 도구를 제시한다. 저자는 그 생각 도구들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직관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난 직관적으로 빠른 결단을 내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심사숙고한 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역사에 길이 남을 놀랍고 대단한 발견은 대부분의 경우 깊이 생각한 것이 아닌 직관적인 ‘필(Feel)'을 받은 결과였고, 현대 사회에서 직관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창의성이 다소 부족했던 까닭이 바로 깊이 생각하..

이것저것생각 2010.03.30

[서평] 이타적 유전자 -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매트 리들리 (사이언스북스, 2001년) 상세보기 처음 ‘이타적 유전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리처드 도킨스의 문제적 이론 ‘이기적 유전자론’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내용을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한글 번역본 제목은 번역자와 출판사가 많은 독자들을 나처럼 생각하게 해서 책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잘못 붙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 즉 ‘덕(이타주의)의 기원’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사회생물학, 진화론, 게임 이론, 윤리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그 결과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바로 이타주의의 근원이라는..

이것저것생각 2010.03.29

[서평] 인간의 두 얼굴 - EBS 제작팀, 김지송

인간의 두 얼굴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EBS 제작팀 (지식채널, 2009년) 상세보기 ‘세 명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속담에 알고 보니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3의 법칙’이라고 하여, 세 명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그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는 심리학의 법칙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다른 사람 세 명의 행동이라는 사소한 것이나 일상적인 상황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에 잠시 슬펐다. 그러나 내 운명은 나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나약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인간 자신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간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상황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냐, 다른 사람들을 ..

이것저것생각 2010.03.28

[서평]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어슐라 르 귄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여 만든 것이 사회이다. 그러나 그 사회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모두가 똑같이 행복한 사회를 추구했던 사회주의가 결국 실패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후 그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가 등장했지만, 자본주의는 근본적인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제대로 된 집도 없는 판자촌 사람들과 가만히 앉아서 임대 수익으로 1년에 몇 억씩 버는 타워팰리스 사람들이 함께 사는 도곡동이 자본주의가 만든 우리 사회의 극과 극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버려지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슬프다. 소설 속의 오멜라스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남으로써 자신..

이것저것생각 201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