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20. 12. 23.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만65세 이상이거나 노인성 질환이 있어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급여(생활보조인 국가지원 등)를 받지 못하게 하는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본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2017헌가22, 2019헌가8; https://m.yna.co.kr/kr/contents/?cid=AKR20201223110952004). 헌법 전공자들에게는 이 결정이 정경심 교수 형사재판 제1심 판결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환영할 만하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지원제도는 모든 노인에게 제공되는 기초노령연금과는 제도의 성격과 필요성이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이 둘을 서로 연계해서 근거법률을 만들었고, 문재인 정부도 해당 법률의 개선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오히려 청장년 중증장애인보다 활동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노인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기본적 생활은 물론 생존을 위협받게 된 노인 중증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사정을 잘 아는 활동보조인 등이 많은 비판을 해 왔다. 몇 달 전 열린 공개변론에서 중증장애인 노인이 활동보조인 없이는 스스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자신의 상황을 전해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평등권 침해만을 논거로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헌법재판소가 그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서 구체적인 복지혜택 수급권까지 도출되지 않는다고 보아 온 기존 결정례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기 위해 택한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결정례는 그 자체로 국가의 시민에 대한 헌법적 의무 위반을 방기함으로써 현대 복지국가원리를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기에, 이번 헌재 결정이 그 결정례를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의 실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관한’ 실질적 평등의 미확보, 곧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결정은 기존 결정례의 핵심을 흔들어 복지국가원리의 헌법적 가치를 한층 높이는 시작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더욱 유의미하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그 완성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고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꼭 필요한 선별적 복지, 구체적으로는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맞는 추가 지원을 받을 수급권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를 침해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퇴행에 다름아니다. 정치권이 복지국가를 완성해 나가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요즘,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구성의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하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하기라도 하듯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소외시키는 정치에 만장일치 결정으로 경종을 울려주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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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도 선고했다(2017헌마416, https://m.yna.co.kr/kr/contents/?cid=AKR20201223120152004). 이 또한 재판관 전원일치 위헌 결정이고, 사건번호가 416으로 끝나는 것이 괜히 상징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물론 사건번호는 접수 순서에 의해 부여되는 아무 의미 없는 번호다). 우울한 2020년 연말에 의미있는 결정이 연달아 나와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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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을 말한다.
2. "활동지원급여"란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제16조제1항에 따른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3. ~ 7. (생략)
제5조(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자격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1.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노인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 (단서 생략)
3. 활동지원급여와 비슷한 다른 급여를 받고 있거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32조에 따른 보장시설에 입소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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