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5

사회를 바라보는 새내기 사회과학도의 다짐

먼 옛날 인간들이 사회를 처음 구성한 이래 언제나 그랬듯 아직 세상은 그리 밝지 않다. 굳이 먼 나라 사정을 끌어올 필요 없이 당장 이 나라 안팎으로만 해도 여러 번 꼬이고 얽히고설킨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 가까이, 내 주변만 살펴봐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크고 작은 일들 투성이다. 하지만 대학생은, 특히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은 그 어두운 면들을 직시해야 하고 그럴 것을 요구받는 성취지위라고 믿는다. 그 직시가 내우외환에 둘러싸인 현 시점에도 그저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강자들이 숨기거나 애써 알리지 않으려 하는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쳐 밝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도가 힘겹지만 아직 의미 있고 희망적인 이유는 이들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진실의 중요성을 알고 ..

이것저것생각 2013.02.24

[서평]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 전국사회교사모임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전국사회교사모임 (휴머니스트, 2007년) 상세보기 판례는 생활 속의 크고 작은 다툼에 대한 법적 해석을 확정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확립한다. 또한 판례는 이 책의 저자들이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법전에 건조하게 자리하고 있는 법조문들이 어떻게 현실 사회에 호흡”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창이다. 판례에는 법조문을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 있고,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인이 아닌 일반인이 판례를 소설 읽듯이 재미있게 읽기는 어렵다. 어렵고 딱딱한 법률 용어들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더기로 등장하는데다가 판결문에서만 사용하는 다소 어색한 표현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이것저것생각 2010.04.09

[서평]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1998년) 상세보기 ‘멋진 신세계’는 지나친 기술의 발달이 인간다움을 짓밟는 암담한 미래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 사회는 극소수의 지배자에 의해 통제되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지만,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철저하게 세뇌되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실제로는 디스토피아에 살지만 스스로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버나드와 헬름펠츠는 그 조직의 구조에 의문을 품고 고민하다가, ‘야만인’ 사회의 존을 소개함으로써 사람들을 설득시키려 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만 한 버나드나 헬름펠츠와 달리, 존은 그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우매한 대중들은 무엇이 진정 그들을 위한 ..

이것저것생각 2010.03.26

[서평]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어슐라 르 귄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여 만든 것이 사회이다. 그러나 그 사회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모두가 똑같이 행복한 사회를 추구했던 사회주의가 결국 실패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후 그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가 등장했지만, 자본주의는 근본적인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제대로 된 집도 없는 판자촌 사람들과 가만히 앉아서 임대 수익으로 1년에 몇 억씩 버는 타워팰리스 사람들이 함께 사는 도곡동이 자본주의가 만든 우리 사회의 극과 극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버려지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슬프다. 소설 속의 오멜라스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남으로써 자신..

이것저것생각 2010.03.25

인간의 겨울, 나뭇잎의 겨울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가로막혀 있어도, 겨울의 하늘도 가을 하늘 못지 않게 청명하다. 그래서 겨울은 시련의 계절만은 아니다. 뭔가 어정쩡한 가을을 마무리하고 희망찬 봄을 빛내 주는 겨울은 가는 해와 오는 해를 어우르는, 정리와 새 출발의 계절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바람에 흩날리다 어느 집 창문 틈 사이로 떨어진 저 나뭇잎에게 겨울은 자신의 존재를 잃는다는 시련일까, 다른 존재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희망일까. 말 없이 인간 세계와 하늘이라는 자연을 동시에 바라보는 나뭇잎에게, 하늘도 못 보며 숨 돌리지 못하는 인간의 겨울은 무엇일까. 인간이 만든 좁은 틈에서 창살 사이로 바라보는 그 겨울은 더욱 답답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만든 더러운 창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보다는 깨끗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이것저것생각 200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