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고는 (1) 이미 확정된 판결이 (2)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확인하고 (3) 그 위반한 부분을 파기하되 (4) 해당 확정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효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예외적 제도이다(형사소송법 제441조, 제446조, 제447조). 그래서 검찰총장만이 비상상고를 할 수 있고, 비상상고 사건은 대법원이 단심으로 재판한다. 즉, 대법원의 비상상고 인용 또는 기각 판결은 해당 비상상고이유에 관한 처음이자 마지막 법적 판단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통상의 상고심 판결과는 달리 비상상고사건 판결에 대해서만큼은 모든 책임을 오롯이 지게 되므로, 비상상고사건 판결서는 통상의 상고심 판결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성되기 마련이다. 비상상고사건 판결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음미해야 한다.

 

이 사건 비상상고의 정확한 법적 의미는,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며 원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던 망 김인근 원장에 대한 특수감금 무죄 확정판결이 법령을 위반하여 이루어졌으므로 그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청구이다. 즉, 대법원이 이 사건 비상상고를 기각한 것은 위 확정판결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망 김인근 원장이 실제로 원생들을 감금했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인권침해를 자행했으며 이를 공권력이 적어도 일정 기간은 묵인하거나 방관했다는 사실관계는 비상상고를 기각한 대법원은 물론이요 그 누구도 다투지 않으며, 다툴 수도 없다.

 

이 사건 비상상고 중 일부는 대법원이 원 판결 과정에서 이미 파기환송 판결을 함에 따라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위 (1)에 해당하지 않아 애초에 비상상고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통상의 소송법상으로는 각하 사유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비상상고는 예외적 절차인지라 형사소송법 조문상 법원의 선택지가 기각판결 또는 인용판결 둘 뿐이고, 그에 따라 대법원은 이 부분 비상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법리적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이 사건의 핵심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비상상고다. 과거 대법원은 망 김인근 원장에 대한 특수감금 무죄 확정판결에서 ‘감금행위가 훈령에 따른 행위였다’는 판단과 ‘감금행위는 형법 제20조가 정한 법령, 업무 기타 사회상규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이를 형법상 특수감금제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번 비상상고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전자와 후자가 형식상 구별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후자는 감금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판단으로 보고 전자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사실인정으로 보았다. 비상상고는 “법령적용의 오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이지 법령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인정의 오류”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므로, 위와 같이 본다면 훈령 관련 판단은 설령 잘못된 것이어도 비상상고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대법원의 이 부분 비상상고 기각판결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위 무죄 확정판결은 결국 ‘감금행위는 훈령에 따른 행위이고, 훈령은 법령이므로 위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이며, 법령에 의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이므로, 감금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따라 특수감금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취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위 무죄 확정판결의 이러한 실질적 의미에 주목한다면, 훈령 관련 판단 또한 형법 제20조 적용에 관한 법리적 판단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게 된다. 한편 위 훈령이 상위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이 견해를 채택해, ‘무효인 훈령에 따른 행위는 형법 제20조가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어긋나는 법령해석을 한 원 판결은 형법 제20조에 위반한 것이다’라는 비상상고 인용판결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형식에 주목하는 접근법을 택해 비상상고를 기각하는 주문을 냈고, 그러면서도 판결이유에는 감금행위의 반인권성을 명시했다. 감금행위가 위법하다는 판시를 직접 하지는 않되 그 부당성이 중대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 선택에 감금행위가 적법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과거 대법원 판결이 위법하다는 결론을 애써 언급하지 않으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대법원의 의도가 그러했다면, 대법원은 형제복지원의 위법성을 직접 확인해 실질적 정의를 굳건히 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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