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 3

광고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

어릴 적 유치원에 다녀와서 엄마가 준비해주신 간식을 먹고 잠시 놀다 보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만화영화 시간이 다가왔다. 어린 마음에 만화영화는 만사를 제쳐두고라도 봐야 할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그래서 그 시절, 평일 오후의 만화영화 ‘본방사수’는 내게 매우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매일 오후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만화 시작 오 분 전부터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때마다 나를 가장 먼저 반기던 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지우와 피카츄(당시 난 디지몬보다 포켓몬을 더 좋아했다)가 아니라 광고였다. 한 차례 광고가 끝나고 오프닝이 나간 후에 광고는 다시 이어졌다. 짧지만 여섯, 일곱 살에게는 결코 짧..

이것저것생각 2012.03.26

삶의 우발성에 대한 단상

*단상: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우발성과 우연성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우발’은 ‘우연히 일어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삶의 우발성은 삶의 우연성을 전제하고 있다. 우연, 즉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들이 발생하는 성질이 바로 우발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삶 속에서 인과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겪는다. 그래서 우발성과 우연성은 일맥상통하고, 앞으로 이 글에서도 ‘우연’을 ‘우발’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로 했다. 인간관계의 우연성 삶의 많은 부분은 우연적이다. 그 중에서도 우연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우리가 지금까지 맺은 인간관계다. 매일 아침 반갑게 인사하며 만나는 어드바이저 선생님부터 많은 수업을 함께 ..

이것저것생각 2012.03.12

진정한 <퍼펙트 게임>은 야구장 밖에 있다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2011 / 한국) 출연 조승우,양동근 상세보기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9구 11피안타 8탈삼진(고 최동원)과 232구 10피안타 10탈삼진(선동열)의 역투를 펼친 당대 최고의 투수들, 그리고 그들의 15이닝 완투와 2-2 무승부. 한 치의 양보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두 선수의 땀과 열정에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두 선수의 아름다운 모습도,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잠시 무력화시킨 스포츠맨십의 힘도 아니다. 바로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각하'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3S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켜 어두운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했다. 그는 해태와 롯데의 라이벌 구도를 포함한 ..

이것저것생각 201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