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누구 나라란 말이더냐? 내게는 그까짓 사대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몇만 배 더 중요하단 말이다!"
"싫소. 누굴 죽이고 빼앗고, 그게 진짜 왕 노릇이라면, 난 싫소. 내 꿈은 내가 꾸겠소."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봤을 광해를 영화관 가서 늦깎이로 보고 왔다. 보다가 위 두 구절을 들으면서 울컥했다.
가짜 광해의 저 말은, 그리고 실제 역사 속 광해군이 재임기간 내내 천명했던 민본과 자주의 정신은, 자유와 평등의 기치 아래 국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현대의 복지형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더더욱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게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그리고 그 때문에 이번 대선을 포함하여 20여 년째 매 선거마다 대선후보들이 그걸 지키겠다고 부르짖고 부르짖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저 말들
이 더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 아픈 각성을 통해 광해군의 정신을 실현할 대표는 정녕 없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실제 역사 속 광해군은 안팎으로 실리와 중립을 지키며 민생을 보호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간 그의 노력은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만 남긴 채 기득권층에 의해 좌절됐다(인조반정). 그런데 '쇄신'을 목표로 집권한 인조는 불안한 정국 운영 끝에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자초했고, 고통에 신음하는 민중들을 뒤로 한 채 남한산성으로 도망가기까지 했지만 결국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그 와중에도 최고위층은 과거 명나라에 그랬던 것처럼 청나라에 착 붙어 배를 불렸고, 그만큼 안 그래도 힘없는 백성들은 더 고통받았다.

이제 우리의 지도자는 그 역사를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부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은 그 때와 달리 나라 운영의 주체여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주권이라는 힘도 있고, 그 힘으로 대표자를 간접적으로나마 통제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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