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퀸덤>은 다음 주 첫 생방송 겸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번 주 마지막 녹화분(9회차)을 방송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녹화분 방송은 유의미한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방송분은 엠넷이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악마의 편집’ 전략을 ‘훈훈한’ 방향으로 수정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넌지시 전했기 때문이다.
엠넷 -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대주주인 CJ - 은 그간 많은 논란 속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으며 ‘악마의 편집’을 계속해 왔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그것을 용인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편집 방향을 그대로 유지했던 <퀀덤> 초반부 방송은 CJ의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의 우려 섞인 유보적 시청소감이 두드러졌다. 거기에 전작 <프로듀스> 시리즈의 계속된 순위 조작 논란의 맞물리면서 <퀸덤> 초반부 방송분은 실제로 시청률이 저조했다.
그 때부터였다. <퀸덤> 중반부가 엠넷답지 않은 ‘그냥 그런’ 편집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이번 주 방송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견 따뜻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다. 이것이 정말 시청자들의 안목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퀸덤>의 시작부터 종반까지 거의 함께 진행되어 온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특권 논란에서 파생된 일시적 피로감의 반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밑도 끝도 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형식의 방송이 예전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돌, 특히 여성 아이돌들은 이미 건강한 수준을 넘어선 문제적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다. <퀸덤>은 그런 그들을 굳이 재차 경쟁시키겠다며 그 본질에 걸맞지 않은 ‘진정한’ 오디션을 기치로 내걸었다. 시청자들이 이유야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그런 ‘진정함’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엠넷의 편집방침이 변화할 여지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엠넷은 프로그램 한 회차 방송분의 시작과 끝에 “WE ARE K-POP”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보낸다. 그간 엠넷이 선보였던 케이팝은 그 문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케이팝이 우리 가수들과 우리 팬덤이 진심으로 ‘우리’가 되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연예와 예술의 장이 되려면 주인공 중 누군가를 어떤 형태로든 배제하는 방식은 이제부터라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연예는 “대중 앞에서 ... 공연함”을 뜻하고, 예술은 “...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을 뜻한다(이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본디 연예와 예술에 공연하는 인간과 감상하는 대중은 있으되, 더 우수한 아티스트와 더 열등한 아티스트, 선택받은 팬덤과 버림받은 팬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연예와 예술로서의 케이팝을 좋아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잘난 우리와 못난 그들을 가르는 <퀸덤>과 같은 케이팝 프로그램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보다는 그 불평등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지를 더 골똘히 고민하는 움직임들도 이제 그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