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2년 제한 위헌소원에 대한 소고(小考)

Super:H 2013. 6. 19. 23:55
 2010헌마219, 2010헌마265(병합).pdf

▲이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던 2013.6.13.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배포한 보도자료. 사건의 쟁점과 서로 다른 주장들이 잘 요약되어 있다. 사건의 세부 내용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단서 부분 생략.
*생략된 부분 및 동법의 관련 조항은 여기에서 읽어보자. 

기간제근로 및 단시간근로는 정규근로에 비해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불안정하다. 위 조항이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국가에서 이 점을 인식하고, 기간제근로를 최소화하면서 사용자가 그 기간제근로를 정규근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여 근로자를 더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위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이는 동법 제4조 제2항 -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 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또한 위 조항이 '꼭 필요한 2년 이상의 기간제근로'마저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생략된 위 조항의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 이상의 기간제근로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 조항을 그 자체만으로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용자가 2년 이상의 기간제근로계약을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하는 위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기간제근로자와 2년'만' 계약하고 그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난다. 이 경우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기간제근로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근로계약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일부 근로자들도 사용자의 계약기간 갱신 거절, 즉 해고 통보를 받게 되므로 그들의 계약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받는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측이 모든 장기계약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그 부담을 경제적 또는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자) 근로자 본인이 기간제근로의 지속에 동의하는 경우에도 '기간제근로 계약기간의 종료'와 '정규직 전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는 위 조항이 정당하고 필요한 입법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현실적 요소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로든 기간제근로자의 처우를 더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장치가 국가가 앞장서서 기간제근로를 정당화하여 기간제근로를 확산시키고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기간제근로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고용 형태이므로, 국가는 현재 나타나는 기간제근로를 일단 보호하면서도 그것을 궁극적으로 정규근로로 전환하여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점에서 현실적 위헌 요소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위 조항의 정당한 입법목적마저 무력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 조항에 대해 내려야 할 바람직한 판단은 단순위헌 결정이 아니다. 필자는 입법자의 대안 마련 및 보완을 전제로 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현실적 규범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정위헌 결정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즉. '위 조항은 원칙적으로 합헌이지만, (1)사업자가 계약기간 2년이 종료된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근로자로 전환할 여력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상황에서 (2)기간제근로자가 계약기간 2년 종료 후에도 정규직 전환보다는 기존의 근로조건을 유지하면서 무기계약직으로 남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말 그대로 '제안'에 불과하며, 복잡한 현실상황과 위 조항의 입법목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제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의 몫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그들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기간제근로의 정규근로 전환 유도라는 대의(大義)와 현재 엄존하는 기간제근로자들의 권리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덧. 현재 헌법재판소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 같은 입법목적을 갖고 있는 2년 이상 파견근로자 직접고용 간주 규정(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심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위헌소원은 사용자 측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서 청구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측은 2년 이상 파견근로를 한 근로자를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면 '사측의 자유로운 근로계약 체결 및 해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측에 직접고용으로 인한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근로자의 권리와 노동안정과는 거리가 먼 사용자 측의 불법이익을 보호해 달라는 주장일 뿐이다. 이 사건 규정에 대해서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2년 제한 사건과 정반대의 결정, 즉 '청구인의 주장이 이유 없으므로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