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30. 헌재가 이화여대 로스쿨이 여성만 지원할 수 있게 한 것과 이에 대한 교육부 인가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결정문 보기) 이는 '이화여대니까 당연히 괜찮은 것 아냐?'라는 일각의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여자대학이 아닌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에도 여학생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40%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옳은 결정이다.
"이화여자대학교가 여자대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사립대학인 이화여자대학교의 자율성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 남성도 학생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거나 (...) 일정비율의 여성 할당을 주는 방법을 선택하였다면 남성 지원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보다 완화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곧 이화여대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이 될 것이므로 섣불리 대안으로 삼기 어려운 방법이다.
(중략)
청구인은 이화여자대학교 이외에 전국의 24개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총 1900명의 입학정원에 지원할 수 있고, 입학하여 소정의 교육을 마친 후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인가처분으로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이 과도하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 헌법재판소결정 2009헌마514 (2013.5.30.) 중
또 사건 대상 행위가 청구인과의 자기관련성이 없어 헌재가 본안 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소수의견을 낸 이진성, 조용호 재판관의 논리가 상당 부분 타당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 필자는 헌재 기능의 실질화를 위해 헌법소원의 요건 중 하나인 '자기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소수의견의 각하 결론 자체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소수의견의 결론에 이르는 근거와 논리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이화여대 로스쿨이 인가됐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의 로스쿨 지원·합격 가능성과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유의미하게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성별은 로스쿨 입학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아니다.
강일원 재판관이 로스쿨 도입 당시 그 설립과 운영 방안을 논의한 교육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이유로 결정을 회피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점이다. 여기서 회피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게 아니라, 재판관이 심판 대상 사건이나 당사자와 연관이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사건에 대한 판단에 관여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뜻하는 법률용어다. 사법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요즘, 재판관 본인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시비를 미연에 예방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헌재는 사법부에 속하지 않기에 '사법'정의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준사법부로서 스스로 공정한 결정을 내릴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헌재가 이화여대 로스쿨 모집요강 자체 및 그 요강에 대한 교육부장관의 시정요구권 불행사 위헌성 여부 확인 청구를 각하한 점도 한 번쯤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헌재가 개입할 수 있는 '공권력', 그리고 그 '행사 또는 불행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그 개입이 지나치면 역설적으로 기본권은 제한된다. 시민혁명 이후 가장 먼저 확립된 시민의 권리이자 지금까지도 다양한 국민의 자유 중 가장 근본적인 자유가 '국가로부터의 자유'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헌재는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여 '공권력 아닌 자'의 행위, 또 법적 의무 없는 공권력의 '재량 행위'에 대해 각하 결정을 하고 본안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헌재의 이화여대 로스쿨 합헌 결정은 사립대학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주요 의미 외에도 현실에 맞는 판단, 사법정의의 실현, 기본권의 근본 존중 등 (준)사법부의 기본 정신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직간접적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헌재와 사법부는 이번 결정에 담긴 정신을 이어나가 진정 국민을 위한 결정과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