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치학을 왜 배우는가'라는 주제 아래 정치학의 중요성과 의의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필자의 짧은 레포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왜 '지식인에게' 정치와 정치학이 특히 더 중요한지를 밝힌 글입니다. 해당 레포트와 이 글을 함께 읽으면 정치와 정치학의 의미를 더 깊이 전달할 수 있고 필자 역시 그것을 바라는 바이나, 평가가 진행 중이라 해당 레포트 내용을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정치를 권력현상설에 입각해 생각해 볼 때,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어떻게든 바꾸려면 현실사회 곳곳의 정치현상, 그에 대응하는 대중들의 정치태도와 정치행태, 그리고 그것을 구조화하는 정치제도와 정치체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크고 작은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정립하고 예리한 시각을 기를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이어 더 많은 청사진이 모이면 모일수록 각각의 안(案)에 대한 더 활발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져 궁극적으로 사회의 지향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대중들의 탈정치화를 경계하면서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정치학자만의 의무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사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탐구하는 모든 이들의 의무다. 현대사회에서 '사회'와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에 공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지식인은 자신의 위치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각 지식인이 평소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분야와 관련된 내용 중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들을 범사회적 관점에서 정치학적 사고에 기초하여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노력은 본인 스스로는 물론 본인을 지켜보는 대중들까지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문제들과 그 대책을 다양한 방향에서 고민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법관은 이 노력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법관은 자신이 사회 내 특정 갈등에 대해 가진 사실상의 최종적 판단권에 책임을 지고 그에 걸맞은 합리적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회문제의 해결 빙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언뜻 생각하면 정치나 정치학과는 무관해야 할 듯한 법관에게 '사회 구성 원리로서의 정치'에 대한 현실적·학문적 이해가 오히려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합리적 판결은 자신이 맡은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철저한 조사와 심리를 통해 확실하게 파악하면서도 법리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일반인의 상식에 합치하여 갈등 당사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생산할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실정치의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은 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 영역에 특화된 사회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대중을 정치적·정치학적 숙의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때 지식인은 사회와 그 사회를 이루는 대중에게 ‘많이 배운 사람’으로서 갖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