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멀리 가는 물'처럼 화합하고 포용해야

Super:H 2013. 1. 5. 23:14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가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pp.7-8에서 재인용


특정 진영의 인물의 책에 인용된 시지만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네 모든 삶에 꼭 필요한 자세를 넌지시 알려주는 것 같아 다시 인용한다.


자신과 다른 성향, 성격, 계층, 세대 또는 어떤 이유로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나 집단을 모두 "썩은 물"이라고 치부한 채 우리만의 논리를 고수하는 것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는 어리석은 일이다. 정치관을 비롯한 여러 차이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조차 완벽할 수 없으며, 그래서 모두가 어느 정도는 "때 묻은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나 어떤 집단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나쁘다고 여기고 비난하려 한다. 우리는 그 비난을 비판으로 순화·발전시켜야 한다. 그로써 서로의 강점과 장점은 수용하고 약점과 단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에 담긴 화합의 정신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다.


그 정신이 추구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은 자신이 흐리다고 생각했던 것들마저도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갈 수 있는 세상이다. 내가 먼저, 우리 자신이 먼저 이해하고 배려할 때 자신을 흐리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도 그 '흐리다는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열어 함께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아픔의 시대를 치유할 진정한 힐링은 "멀리 가는 물"이 보여주는 포용의 자세다. 이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먼저"인 "100% 대통합 대한민국"은 결코 대립되거나 이율배반적인 구호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복창해야 할 상호보완적 비전이다. 그런데도 보수든 진보든 -- 그리고 지금 서로 대립하는 그 누구든 -- 상대 진영을 "더럽혀"지고 "흐린 것들"이라고 지레 단정지으며 다투는 것은 아직 아물지 않은 지금의 분열 국면에 "그만 ... 멈추어 버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