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가슴 속 남대문을 무너뜨리는 이명박 당선인

Super:H 2008. 2. 12. 21:59

<먼저 읽기: http://4hlrs.com/370 >

창경궁에도 불을 질렀었다는 69세 숭례문 화재 용의자가 검거되었고,
숭례문 개방 당시 문화재청이 한 20대 유학생의 안전 경고를 무시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숭례문과 함께 불타 버린 국민의 가슴은 더욱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국민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말이 국민의 화를 돋궜습니다.

이번 남대문 화재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지만,
그 남대문을 관리하는 관리 주체의 책임이 더 컸습니다.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정부 기관들이 솔선하여 국민들을 움직여야 했지만,
그들은 국민의 의견에 동조하여 똑같이 부실한 관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퇴한 것처럼, 해당 관리 기관들은 그들의 잘못을 시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 성금을 모금해서 남대문을 복원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은
관리 주체의 더 큰 잘못을 국민의 잘못 때문이라고 둘러대면서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국민들이 관리 주체에 마지막으로 바라는 희망 -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는 것 - 을 저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소방 당국의 말에 더욱 허탈했던 국민들의 가슴 속 분노를 자극한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국보 1호가 소실된 국가적 위기에 맞닥뜨린 국민들은
사건 발생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펼쳤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민족은 조국을 위해, 민족을 위해서라면 똘똘 뭉쳐 뭐든지 해내고야 마는 민족성이 있어서,
조금씩이라도 국민 모두가 민족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힘썼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발적인 참여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강제 모금'으로 해석되는 이 당선인의 주장에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당선인은 '하던 짓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 는 속담처럼 국민의 의지를 꺾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우리 민족성을,
한 번 안 하기로 한 것은 끝까지 안 하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습니다.
'유감스럽다, 허탈하다, 안타깝다' 정도의 표현만으로 충분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는데도
정도가 지나친 발언을 해서 긁어 부스럼 만든 것입니다.
이제 국민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날카로운 눈으로 정부의 잘못 하나하나를 지적할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의 반응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발언 때문에,
5년이라는 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국민의 불신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없는 문제를 촉발시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 '자승자박'한 꼴이 된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스스로를 묶은 그 밧줄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 -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는 것 - 을 깨닫고
억지 변명 없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이 당선인이 이루고자 하는 민생과 함께 하는 진정한 민생 정치를 이루려면,
그것보다 먼저 국민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가꾸려면,
향후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그의 발언과 그로 인한 논란을 스스로 하루 빨리 수습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국민의 가슴 속 각자의 '남대문'이 무너져 내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