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물가가 심상치 않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이 줄어든다. 그래서 물가 상승은 일반 가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뉴스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가계부를 아주 꼼꼼히 쓰는 한 중산층 가정의 2007년 1월 가계부를 받아 정밀하게 분석해 봤다. 2008년 1월의 시점에서 1년 전과 같이 생활하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A(40·여) 씨 부부는 서울 노원구에 살며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맞벌이로, 부부의 연소득은 세전 기준 약 9000만 원이다.
취재팀은 우선 1년 전 A 씨 가정의 한 달 지출 내용을 식비, 주거·통신비, 생활용품·문화생활비, 육아·교육비, 교통·차량비, 기타 등 6가지 큰 항목과 83가지 세부 항목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A 씨가 물건을 구입한 할인마트 및 가게 등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해 이들 항목의 현재 가격을 모두 추적했다.
그 결과 A 씨 부부의 지난해 1월 소비 지출액(금융상품 투자, 이자납부 등 제외)은 모두 296만5000원이었지만 1년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려면 지금은 324만9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가 직접 맞닥뜨린 장바구니 물가가 1년 만에 9.6%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였음을 감안하면 체감물가는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가가 뜀박질하는 것과 달리 A 씨 부부의 소득은 올해 1월 781만8000원으로 지난해 1월(775만8000원)보다 고작 0.8% 오르는 데 그쳤다.
A 씨는 먹을거리를 주로 집 근처에 있는 B할인마트에서 산다. 이곳의 채소 값은 지난 1년간 눈에 띄게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100g에 850원이던 청양고추 값은 지금은 1500원으로 76%나 뛰었다. 당시 1000원어치의 청양고추를 구입한 A 씨가 지금 같은 양을 사기 위해서는 1760원을 내야 한다. 쪽파 가격도 kg당 4000원에서 5300원으로 값이 올랐으며 양배추 값은 1통에 2000원에서 4500원으로 125%나 치솟았다.
밀가루 제품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A 씨는 라면 5개들이 두 봉지를 사는 데 지난해에 4640원을 썼다. 지금은 같은 브랜드의 라면 값이 5140원이다. 식비 지출액을 모두 합칠 경우 A 씨 가족이 1년 전처럼 먹으려면 지금은 비용을 5.9% 더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A 씨는 “지난달 집안 제사가 있어서 부침가루를 샀는데 밀가루 값이 참 많이 올라 놀랐다”며 “과자도 표시가격은 그대로인데 예전보다 무게가 많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가격은 그냥 둔 채 중량만 줄인 것도 가격인상이지만 이번 물가계산에서는 뺐다.
A 씨 부부의 지난해 1월 지출액 중 가장 큰 부분은 자녀 2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였다. 전체 지출의 34.0%인 100만7000원을 여기에 썼다.
아들의 경우 몸이 허약해 수영과 태권도 학원을 보내고 보습학원도 등록했다. 이 중 수영은 한 달 강습비가 지난해 1월 8만5000원이었지만 지금은 9만 원으로, 보습학원은 13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각각 올랐다.
딸아이 유치원 비용도 10%가량 올랐다. 학예회라도 하면 옷을 따로 맞춰야 하고 수업할 때 사용하는 종이나 색연필 등 재료비도 내야 하는 등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가장 부담되는 항목은 기름값.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A 씨는 지난해 1월 28만 원을 기름 값으로 썼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거리를 주행한다면 무려 34만4000원을 써야 할 판이다.
공공요금도 많이 올라 아파트 관리비는 월 22만4000원에서 25만7000원으로, 남편의 교통비도 월 4만 원에서 4만5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금값도 많이 올랐다. A 씨는 1년 전 조카에게 8만4000원을 들여 돌반지를 선물했다. 그러나 지금 사려면 12만7000원이나 필요하다.
A 씨는 1년 전 3권짜리 어린이 천자문 책을 판촉행사에서 1만8000원에 샀지만 지금은 이 책을 사려면 2만6000원을 줘야 한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지출은 당시 가장 싼 품목에 집중되기 때문에 물가지수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기 마련이다.
A 씨 부부는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를 받아 보고는 “세상 모든 건 다 비싸지는데 내 몸값만 싸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들어오는 수입은 거의 비슷한데 물건 값은 오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A 씨는 아직 올해 1월 가계부를 결산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소비를 줄였거나 줄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과자와 아이스크림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이젠 간식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일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최근 과자 재료와 셔벗 기계를 장만했다.
먹는 것이야 줄이면 되는데 기름값은 뚜렷한 대책이 서지 않는다. A 씨는 외근이 잦아 승용차를 집에 두고 다닐 수 없다.
A 씨는 “주말 차량 이용을 자제하거나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다”며 “요즘 대학 등록금도 오른다는데 미래를 위해 자녀를 위한 교육보험도 하나 들어놔야겠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물가가 심상치 않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이 줄어든다. 그래서 물가 상승은 일반 가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 뉴스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가계부를 아주 꼼꼼히 쓰는 한 중산층 가정의 2007년 1월 가계부를 받아 정밀하게 분석해 봤다. 2008년 1월의 시점에서 1년 전과 같이 생활하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A(40·여) 씨 부부는 서울 노원구에 살며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맞벌이로, 부부의 연소득은 세전 기준 약 9000만 원이다.
취재팀은 우선 1년 전 A 씨 가정의 한 달 지출 내용을 식비, 주거·통신비, 생활용품·문화생활비, 육아·교육비, 교통·차량비, 기타 등 6가지 큰 항목과 83가지 세부 항목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A 씨가 물건을 구입한 할인마트 및 가게 등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해 이들 항목의 현재 가격을 모두 추적했다.
그 결과 A 씨 부부의 지난해 1월 소비 지출액(금융상품 투자, 이자납부 등 제외)은 모두 296만5000원이었지만 1년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려면 지금은 324만9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가 직접 맞닥뜨린 장바구니 물가가 1년 만에 9.6%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였음을 감안하면 체감물가는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가가 뜀박질하는 것과 달리 A 씨 부부의 소득은 올해 1월 781만8000원으로 지난해 1월(775만8000원)보다 고작 0.8% 오르는 데 그쳤다.
A 씨는 먹을거리를 주로 집 근처에 있는 B할인마트에서 산다. 이곳의 채소 값은 지난 1년간 눈에 띄게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100g에 850원이던 청양고추 값은 지금은 1500원으로 76%나 뛰었다. 당시 1000원어치의 청양고추를 구입한 A 씨가 지금 같은 양을 사기 위해서는 1760원을 내야 한다. 쪽파 가격도 kg당 4000원에서 5300원으로 값이 올랐으며 양배추 값은 1통에 2000원에서 4500원으로 125%나 치솟았다.
밀가루 제품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A 씨는 라면 5개들이 두 봉지를 사는 데 지난해에 4640원을 썼다. 지금은 같은 브랜드의 라면 값이 5140원이다. 식비 지출액을 모두 합칠 경우 A 씨 가족이 1년 전처럼 먹으려면 지금은 비용을 5.9% 더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A 씨는 “지난달 집안 제사가 있어서 부침가루를 샀는데 밀가루 값이 참 많이 올라 놀랐다”며 “과자도 표시가격은 그대로인데 예전보다 무게가 많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가격은 그냥 둔 채 중량만 줄인 것도 가격인상이지만 이번 물가계산에서는 뺐다.
A 씨 부부의 지난해 1월 지출액 중 가장 큰 부분은 자녀 2명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였다. 전체 지출의 34.0%인 100만7000원을 여기에 썼다.
아들의 경우 몸이 허약해 수영과 태권도 학원을 보내고 보습학원도 등록했다. 이 중 수영은 한 달 강습비가 지난해 1월 8만5000원이었지만 지금은 9만 원으로, 보습학원은 13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각각 올랐다.
딸아이 유치원 비용도 10%가량 올랐다. 학예회라도 하면 옷을 따로 맞춰야 하고 수업할 때 사용하는 종이나 색연필 등 재료비도 내야 하는 등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가장 부담되는 항목은 기름값.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A 씨는 지난해 1월 28만 원을 기름 값으로 썼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거리를 주행한다면 무려 34만4000원을 써야 할 판이다.
공공요금도 많이 올라 아파트 관리비는 월 22만4000원에서 25만7000원으로, 남편의 교통비도 월 4만 원에서 4만5000원으로 각각 올랐다.
금값도 많이 올랐다. A 씨는 1년 전 조카에게 8만4000원을 들여 돌반지를 선물했다. 그러나 지금 사려면 12만7000원이나 필요하다.
A 씨는 1년 전 3권짜리 어린이 천자문 책을 판촉행사에서 1만8000원에 샀지만 지금은 이 책을 사려면 2만6000원을 줘야 한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지출은 당시 가장 싼 품목에 집중되기 때문에 물가지수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기 마련이다.
A 씨 부부는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를 받아 보고는 “세상 모든 건 다 비싸지는데 내 몸값만 싸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들어오는 수입은 거의 비슷한데 물건 값은 오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A 씨는 아직 올해 1월 가계부를 결산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소비를 줄였거나 줄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과자와 아이스크림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이젠 간식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일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최근 과자 재료와 셔벗 기계를 장만했다.
먹는 것이야 줄이면 되는데 기름값은 뚜렷한 대책이 서지 않는다. A 씨는 외근이 잦아 승용차를 집에 두고 다닐 수 없다.
A 씨는 “주말 차량 이용을 자제하거나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다”며 “요즘 대학 등록금도 오른다는데 미래를 위해 자녀를 위한 교육보험도 하나 들어놔야겠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