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번 기말고사가 대학을 결정지을 마지막 시험이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껴 그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공부해야 할 책 내용엔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멘붕’에 빠져 특별한 소식도 없는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하릴없이 스크롤하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엄마였다. 가벼운 폐렴으로 입원하신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느라 피곤한 와중에서도 아들 생각이 나서 전화하셨다는 엄마께, 나는 힘내시라는 한 마디를 해 드리기는커녕 오늘따라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투정만 계속 부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당신이 힘들다는 기색은 조금도 하지 않으신 채 밝은 목소리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우리 아들, 오늘 힘든 모양이구나.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좀만 더 힘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