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는 레비나스의 논의를 활용하여 타자는 ‘전체’가 아니라 ‘무한’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는 유한한 개념으로서 우리 자신의 세계 안에 있어 우리가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무한은 말 그대로 끝없이 퍼져나가서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와 다른’ 타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알 수 없는 무한 속의 존재이다. 반대로 타자를 ‘전체’로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오만한 행위이며,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타자를 우리 자신의 관념만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타자를 일컫는 두 영어 단어 ‘the other’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