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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를 위한 미래세대의 외침, 한국 헌재도 응답했다: 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등 결정에 관한 단상

Super:H 2024. 8. 29. 16:22

헌법재판소가 2024. 8. 29. 탄소중립법 제8조 제1항이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을 전혀 설정하지 않은 점이 청구인들 전원의 환경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2020헌마389등 결정, 헌법재판소에서 낸 보도자료는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게시본 참조).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유사사건 결정(https://4hlrs.com/891 참조)과 거의 동일한 논증을 하여, 환경권을 직접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기보다는 '환경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을 헌법불합치 선언의 주된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상 환경권, 특히 미래세대의 환경권 관련 근거조문은 독일 기본법상 관련 조항보다 추상적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재판소가 위 독일 유사사건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한 논증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우리 헌법상 환경권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적 논증을 거쳐 도출되고 그러한 환경권이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증하여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 헌법재판소가 위 논증을 깊이 있게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다소 아쉽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비록 위헌정족수인 6인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헌법재판관 중 다수인 5인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30년까지의 부문별, 연도별 세부 감축목표'에 관하여도 위헌의견을 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신속히 반영하여, 우리 국회와 정부도 더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후위기 대응계획을 법제화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