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17. 6. 29. 2015헌마654 결정 (결정요지 바로가기) 에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18조는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하여 국가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먼저 손해배상금 지급의무를 부담시킨 다음, 국가에게 신청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국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국가는 이 대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하고 유병언 일가에 대한 '생중계 수사'를 지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들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국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는 것인 양 행동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이 법 시행령에서도 나타난다. 국회가 만든 법 제15조의 취지는 배상금-위로지원금-보상금 수령자가 지급신청 시 지급액수 결정 및 지급절차에 대한 동의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법의 위임을 받아 시행령을 만들면서 그 취지를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확장해 동의서 서식에 '보상금을 수령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소재에 관한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배상금-위로지원금-보상금은 국가가 세월호 참사 및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불쌍한 피해자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니, 피해자들은 그 금전을 고맙게 받고 다른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다분히 읽힌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민사상 손해배상에 준하는 금전을 지급받았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및 그 이후 국가의 잘못을 비판하거나 관련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권리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월호 유족들은 동의서 중 당해 내용 및 그 근거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위 2015헌마654 결정에서 동의서 중 당해 내용이 위헌임을 확인했다. 즉, "세월호피해지원법은 배상금 등의 지급 이후 효과나 의무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거나 이에 관하여 범위를 정하여 하위 법규에 위임한 바가 없[어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15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은 지급신청시 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점과 이와 같은 수준의 사항, 즉 지급신청이나 지급에 관한 기술적이고 절차적인 사항일 뿐"이므로 시행령에서 "세월호피해지원법 제16조에서 규정하는 동의의 효력 범위를 초과하여 세월호 참사 전반에 관한 일체의 이의 제기를 금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이의제기금지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청구인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 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근거규정에 관한 청구를 부적법 각하 또는 기각하였는데, 이 부분 헌재의 판시는 타당하다. 금전지급 절차를 별도로 두었고 그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를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이상 그 절차를 진행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까지 동일한 사유의 재판상 손해배상청구권을 중복보장할 이유는 없고, 이 내용을 신청절차에서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 자체가 유족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기본권 침해는 그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구체적인 동의 절차에서 비로소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므로 규정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정부의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동의 내용의 확장 때문에 그 침해가 실제로 발생하였기에 헌법재판소는 실제로 발생한 침해에 관해서만 본안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침해가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객관적 규범통제 및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라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만족시켰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도 비난했던 유병언 일가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절반의 성공조차 거둘 수 없었던 세월호 특조위보다는 낫지만, 선체조사위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 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을지도 모를 세월호 선체는 수색작업 중 일어난 화재로 거듭 훼손되었다.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헌법 제34조 제6항) 하는 의무를 지속적으로 다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앞으로도 늘 현재진행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