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20대 총선 선거구 미확정 헌법소원, 각하가 아닌 위헌이 맞다

Super:H 2016. 4. 28. 16:53

*먼저 읽기: http//m.yna.co.kr/kr/contents/?cid=AKR20160428145100004

헌법불합치 결정의 근원적 의미가 국회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국회가 헌재가 정한 개정 시한을 넘기는 것이 (합헌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위헌은 아니다. 따라서 시한을 넘긴 행위 자체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한은 넘겼으나 개정법이 마련된 경우 개정법 시행 이전의 부작위로 인한 보호법익의 침해는 사라지는 것이 맞으며, 그 경우 각하 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시한을 넘긴 행위 자체가 권리-피선거권과 평등권-의 본질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대한민국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2주도 채 안 되는데다 선거일 6개월 전 시작되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일 2주 전까지는 본인을 알리는 어떤 행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다. 현역 의원은 의정활동이라는 이유로 의정보고서를 배포함으로써 이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예비후보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예비후보 등록의 근거가 되는 지역구 획정이 선거법 개정 시한이 지났는데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현역 의원이 아닌 예비후보자가 법이 의해 보장받은 (그나마도 길지 않은) 180일의 준비기간이 법적 공백이 지속되는 기간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는 비현역 도전자의 피선거권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며, 비현역 도전자에 대한 지나친 차별이기도 하다. 이는 법적 공백 상태가 단 하루 지속됐더라도 발생하는 본질적 피선거권 침해다.

이렇게 시한을 넘긴 행위만으로 시한 경과 시점에 이미 권리의 침해가 발생하므로, 국회의 이번 부작위는 사후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 원칙적 각하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해 사안에 한정되지 않는 본질적 권리의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에는 각하하지 않고 본안 심판을 진행한다"는 확립된 예외에 따라 위헌 선언을 하여야 한다. 당해 부작위 및 그에 따른 권리침해는 현역 의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운영이 현행 방식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향후에도 유사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점에서도 당해 부작위는 헌법재판소가 기존 결정례로 확립한 기준에 해당하여 권리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예외적 본안 판단 대상이 된다.

+ 보충

당해 부작위는 시한을 넘긴 시점에서 이미 사후의 부작위 해소 여부와 관계없이 위헌임을 재차 확인하되, 당해 부작위로 인해 선거일 42일 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되어 비현역 도전자가 보장된 선거준비기간의 4분의 3 이상을 도전자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닌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개별적 사실도 따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당해 부작위는 그 위헌성이 특히 심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당해 부작위의 위헌성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향후 유사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이유가 특히 더 크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기간을 비롯한 선거운동 관련 규제가 완화되어 예비후보 등록이 더 이상 비현역 도전자의 선거운동에 필수적인 전제가 아니게 된다면, 예비후보 등록의 근거가 되는 지역구 확정이 법정 시한보다 늦어졌다고 해서 위에서 밝힌 예외로서의 본질적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 경우 당해 부작위는 단순한 법정시한 경과로서 국회의 재량권 내에 있는 것이고 원칙에 따라 각하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원칙적 불허, 예외적 허용'의 태도를 취하는 현행 선거법을 '원칙적 허용, 예외적 불허'의 태도를 취하도록 개선하여 후보자의 피선거권 및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당해 사건과 관련된 위헌성을 더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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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의견은 헌재 결정문을 보기 전에 작성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 위헌 의견 논지 - 4인의 소수의견 - 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