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출판사
중앙북스 | 2007-11-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등한 삶의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은『오래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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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와 기술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했다. 하지만 그 풍요로움과 편리함은 물질적 측면에 국한되어 있었고, 인간을 진정 아름답게 했던 정신적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또한 그 과정은 서구가 거친 변화를 유일하고 이상적인 발전 방향으로 설정한 탓에 세계 각지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행해 온 ‘맞춤형’ 생활방식을 저급하고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세계를 획일화해 왔다. 저자가 인도와 티베트 접경지역의 작은 산악지역 라다크에서 10여 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다크는 서구의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모두가 부족한 곳이지만, 그들의 느리지만 여유롭고 아름다운 공동체 중심 전통을 지키면서 서구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행복과 자유를 생활 속에서 만끽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인도가 라다크를 외부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현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라다크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화폐경제권 밖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도 충분했던 그들에게 도시의 서구적 화폐경제와 문명의 이기들은 완전히 새롭고 훌륭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은 라다크 고유의 전통을 열등하다고 여기면서 그 전통을 버린 채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라다크어로 라다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라다크 문화의 지속가능성과 인간 존중 정신이 진정 훌륭하고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 저자는,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파괴적인 서구 문화가 유입되어 라다크 전통문화를 급속하게 대체하는 이 현실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저자는 라다크의 아름다운 전통을 보전하면서 그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해 뜻있는 라다크 사람들과 ‘라다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는 태양열 발전, 작물다양성 보전 노력 등 라다크가 기존의 자연친화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양식을 유지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에 대한 라다크 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제로 그 방안들을 현실화한다. 그와 함께 라다크 사람들이 서구 문화의 어두운 실상을 깨닫고 그에 비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가 갖는 장점을 알게 함으로써 산업문명의 무분별한 침투를 막는 교육도 꾸준히 실시해 라다크인들이 스스로 산업문명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라다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개방 초기 나타났던 심각한 환경오염과 외부 상품경제에의 의존 등을 상당 부분 극복한다. 산업문명의 전제인 개인주의 때문에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였던 마을공동체의 따뜻한 정도 점차 되살아난다. 그로써 라다크는 저자가 소망했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신성화, 우상화하며 받아들이고 따른 산업기술과 화폐경제 중심의 발전은 인류가 택해야 할 유일한 길도 아니고 최선의 길도 아니라는 것을 직접 반증한 것이다.


  이는 현대인이 서구에서, 그리고 서구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개발도상국들에서 산업문명이 불러일으킨 여러 문제점들을 직시하게 했다. 그제서야 현대인은 모든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강요하고 그들에게 하나의 길만을 강요한 산업문명의 비인간성을 깨달았고, 그것이 그들이 겪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 내 수많은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임을 체감했다. 산업사회가 제시하는 달콤하고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모습에 눈이 멀어 비인간화된 인간이 닫힌 마음을 갖게 되어 과거 -- 인간다운 ‘열린 인간’들이 구성했던 -- 에는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던 산업사회의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깨달음은 라다크처럼 급속한 서구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던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들은 물론 산업화의 출발점이었던 서구에까지 큰 울림을 주었다. 그 덕분에 파괴적인 하향식 개발 대신 자연적 자원순환의 질서가 유지되는 상향식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글로벌 의제로 채택한 1992년 리우 회의 이후 그러한 개발은 현실화되고 있다. 저자가 반개발(anti-development)라고까지 명명하며 강하게 주장했던 교육, 농업, 환경, 에너지 등 생활 전 분야의 탈중심화 및 지역화 역시 과거에 비해 많이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올해로 쓰인 지 20년이 되는 이 책이 아직도 고전이자 명저로 평가받으며 널리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대인이, 그리고 현대사회가 아직도 뒤는 물론 옆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90년대와 2000년대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현대사회는 여전히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만족과 여유보다 우선시되고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며, 그녀가 시사하고 촉구하듯 ‘오래된 것’, 곧 인간이 과거에 가졌던 정신체계로의 회귀하는 것은 인류의 바람직한 지향점이자 ‘미래’다.


  옛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개개인이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보다 남을 조금 더 먼저 생각하면서 늘 서로 도왔다. 현대인들이 호혜주의라 부르며 분석하고 탐구하는 그 태도는, 작금의 현실에서 학문적 연구 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라다크인들이 보여주었고 저자가 증명하듯 호혜주의는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머리뿐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알고 실천해야 하는 생활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인간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물질적 욕망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천천히, 하지만 옹골차게 채워지는 내면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를 재차 강조하는 저자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면서 미래의 바람직한 인간상과 사회상은 결국 오래된 것임을 되새기도록 하자.


  “우리는 돌아가고 싶어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올바른 미래를 찾는 우리의 노력은 불가피하게 자연 -- 인간본성을 포함하는 -- 과의 더 큰 조화를 이루는 어떤 근본적인 패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인간은 누구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아이들은 자신을 증명해보일 필요가 없고 자기나름으로 존재할 권리를 애써 쟁취해야 할 필요가 없는 가족체계 안에서만 참으로 잘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 (중략) 그것은 실상 수천년 동안 존재해왔던 가치 -- 자연 질서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 우리 서로서로의, 그리고 우리와 지구 사이의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알아보게 하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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