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이틀 연속 판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페어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이 지켜져야 할 세계인의 '공정한' 축제 올림픽에서 이런 논란은 없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올림픽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먼저 생각하고 공정한 경쟁을 중요시한다면, 우리는 오심 내지는 석연치 않은 판정의 수혜자가 되더라도,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졌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에서 심판 덕분에 이겼다고 하더라도,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어떤 형태로든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이미 끝난 경기의 승패가 번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그게 오심으로 승리를 빼앗긴 상대방 선수와 국가에 대한 예의고 진정한 페어플레이다.
어제 조준호 선수를 이겼고 마지막엔 조 선수와 함께 동메달을 땄던 에비누마 선수는 조 선수와의 경기 직후, 그리고 시상대에서의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 예의를 보여주었다. 그는 판정이 석연치 않았음을 인정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졌다고 생각한 경기를 이겼음을 인정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조준호 선수에게 사과했다. 그의 진심이 뜻하지 않게 얻은 승리에 기뻐하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는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 선수가 애매한 심판 판정 때문에 덕을 봤다면, 우리는 (그리고 우리 언론은) 박태환 선수의 실격과 조준호 선수의 8강 탈락에 대해 말하면서 그랬듯 오심에 대한 고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면서 떳떳치 못한 승리를 떳떳한 것처럼 정당화하고 포장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우리에게 불리한 편파판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판정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것 역시 피해를 본 선수가 대표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유불리를 떠나서 모든 편파판정을 인정할 수 있는 진정한 '올림픽 마인드'를 가져야만 국력 신장에 필수적인 건강한 정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한 정신적 국력을 키우는 것은 외면적 국력을 키우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