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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의 고등학생으로서 바로 앞 세대의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했다. 저자가 다양한 예시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식과 사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나아갈 방향을 직접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깊었다.
저자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40대와 50대가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라고 본다. 4, 50대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자녀 세대에게 그것을 물려주려 하면서, 20대를 그들을 공격하는 하나의 ‘덩어리’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 착취’는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지만, 배타성을 띤 단일 민족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이는 ‘덩어리’ 내에서도 더 심하게 차별받는 고졸이나 여성과 같은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세대 착취’는 20대들의 설 자리를 잃게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이다. 20대는 과열된 사교육을 포함한 치열한 학력 경쟁을 뚫고 고학력을 획득했지만 정작 취업은 잘 하지 못한다. 또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20대들은 비정규직이거나 ‘알바’이며,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고위직으로 진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단순 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구의 20대들과 달리 의지를 상실한 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산다.
최근의 경제 위기가 40대와 50대를 실업자로 만들면서, 20대의 홀로서기 실패는 ‘실업 가족’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한 세대의 문제가 부모와 자녀가 취업을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하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20대들은 ‘바리케이드’르 치고 ‘짱돌’을 들어야 하지만, 지금의 20대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서로 단결하여 같은 문제에 대해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때로는 배수진을 치며 강수를 두기도 해야 20대들은 그들 스스로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 그 때 그들은 그들 본연의 역할―10대와 40대의 연결고리가 되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보여준 넓은 지식과 그것을 통한 다원적인 분석은 예리하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개념어는 논의를 더욱 깊고 넓게 했다, 20대의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착취와 내부의 분열로 나누어 분석한 것과 그에 따라 20대와 다른 세대가 취해야 할 각기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은 논의의 설득력을 높여 주었다. 20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앞선 세대들도 20대의 자구 노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길러야 한다는 비교적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 개념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사회학화(化)’한 것은 논의의 실제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독자가 더 쉽게 책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진보 논객이자 소수파 경제학자인 자신의 특성을 지나치게 드러낸 것은 아쉬웠다. 저자는 ‘짱돌’과 ‘바리케이드’와 같은 과격한 용어와 비유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대체로 중도 성향을 띠는 필자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장의 파급력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러한 선택을 하였겠지만,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실천’하게 하려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좌편향된 문체는 삼가야 한다. 글의 핵심을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부분도 독자에게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대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세대에서 새로이 발생한 문제를 그 세대 내에서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해당 시점에서 그 피해가 다른 세대에게 확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문제가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올바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려 노력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유효하고 타당하다. 독자는 이에 따라 자신이 20대이든 아니든 ‘88만원 세대’를 위해서,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서 직접 노력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