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헌법재판소는 합헌 4: 위헌 5의 의견으로 “제3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영업자가 지키지 아니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구 식품위생법 제77조 제5호의 일부분이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제31조 제1항의 규정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동법 제77조 제5호에 의한 형사처벌은 부당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반대로 지나치게 모호하고 행정부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해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이 규정이 적용 대상으로 규정한 “식품접객영업자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영업자 및 그 종업원”을 보자. 두 평 남짓한 동네 포장마차나 백 평짜리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모두 불특정 다수에게 음식을 판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 환경과 대상은 크게 다르고, 이들이 져야 할 책임 또한 거기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누가 법률이 정의하는 ‘식품접객영업자’인가? 법률 조항에 ‘식품접객영업자’라는 말 외에는 토씨 하나도 없으니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 모호성을 보충하기 위해 당해 조항은 누가 그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를 대통령이 정하라고 위임했지만, 이는 대통령 마음대로 법률의 적용 대상을 정할 수 있게 한다. 법률의 적용 대상을 법률로써 확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은 위임입법이 가능한 범위인 법률의 본질적인 내용을 변화시키지 않는 세부 내용을 벗어나므로, 이 부분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포괄적인 위임 입법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영업의 위생적 관리 및 질서유지와 국민보건위생의 증진을 위하여 보건복지가족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나머지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 이 부분만 봐서는 식품접객영업자들―앞서 살펴본 것에 불구하고 누구인지 확정되었다고 하자―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하면 범죄가 성립되는지 알 수 없어 주눅든 채 전전긍긍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을 팔 것이다. 이들이 정확한 범죄구성요건을 알기 위해서는 법률이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 보건복지가족부령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할,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법부의 독립적인 권한을 행정부가 침해하도록 용인하며 명령이 상위 개념인 법률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게 하는 것으로, 법체계 전반을 흔들리게 한다. 사법부가 행정부에 지나치게 넓은 부분을 위임하여 사법부 스스로 권위를 약화시키는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 때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이 국민을 억압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 조항은 범죄를 구성하는 주체와 행위가 모두 불명확하며, 행정부에 위임해서는 안 될 법률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행정부에 위임하였으므로 명백한 위헌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면 이 조항이 국민에게 초래할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래서 하루빨리 이 조항에 의해 권리를 침해받았을 다른 사람은 동일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동일 조항을 다루는 새로운 사건에 대해 이번에 위헌 의견을 낸 5인의 재판관과 함께 1인 이상의 다른 재판관이 최종적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 무익한 이 조항을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