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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타적 유전자 - 매트 리들리

Super:H 2010. 3. 29. 23:09


이타적 유전자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매트 리들리 (사이언스북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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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타적 유전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리처드 도킨스의 문제적 이론 ‘이기적 유전자론’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내용을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한글 번역본 제목은 번역자와 출판사가 많은 독자들을 나처럼 생각하게 해서 책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잘못 붙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 즉 ‘덕(이타주의)의 기원’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사회생물학, 진화론, 게임 이론, 윤리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그 결과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바로 이타주의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타인을 이타적으로 대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때보다 자신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 돌아올 것임을 알기 때문에, 호혜성의 원리에 따라 타인을 돕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기주의적이기 위해 이타적이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서로 모순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가 어떻게 원인과 결과가 될 수 있는지 의아했다. 그러나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분야에 알맞는 각기 다른 예시를 찬찬히 읽고 생각해 보니, 이타주의가 궁극적으로 모든 개인이 사익을 실현할 수 있는 윈-윈 전략임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맞대응>에서 출발해 <아량 있는 맞대응>, 나아가 이기적이기 위한 이타주의를 실현하는 <숙맥> 모델을 활용한 컴퓨터 토너먼트 시뮬레이션 모델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한 본능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이타주의라는 ‘Virtue'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이렇게 ‘이기적 유전자’론을 부정하지 않고서도 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게 되어 기뻤고, 그 대안이 실제로 잘 적용되고 논리적이라서 더욱 기뻤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수동적인 존재라는 암울한 결론을 스스로 만족하면서 뒤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이타심에 따른 이타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