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7개월이 넘는 여야 대립 끝에 미디어법이 통과됐다.
우리나라 미디어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민주당 입장이 더 현실적이다.
개정된 미디어법이 메이저 언론사들의 시장 교차 진입을 효과적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그러나 의장을 대행한 부의장의 직권상정에 대리투표 의혹까지,
법 내용뿐만 아니라 표결 과정에서의 적법성 논란까지 가중됐다.
표결 과정에서의 적법성 논란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으니 제쳐 두고,
미디어법, 즉 신문법과 방송법의 내용 자체만 잠깐 들여다 보자.
지금의 쟁점은 신문·방송 겸영이 여론 독과점을 초래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신문·방송시장 진입 전후 규제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 등 야당은 규제 유뮤와 관계없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신문 시장은 소위 '조중동', 방송 시장은 지상파 3사가 장악하고 있다.
다른 신문사나 소규모 방송사들이 많지만, 그들의 힘은 약하다.
메이저 언론사들에게 재원에서도, 영향력에서도 밀린다는 것이다.
개정된 미디어법이 메이저 언론사들의 시장 교차 진입을 효과적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재원도 부족하고 영향력도 부족한 소규모 언론사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는 어렵다.
소규모 언론사들은 일단 처음부터 재원이 부족해 시장에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무리를 해서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메이저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누를 만한
효과적인 컨텐츠를 개발할 재원과 대중에게 어필할 힘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규제의 강약 문제가 아니라 규제가 무의미하다는 문제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작년 12월 법안 발의 때부터 지금까지 규제의 정도,
즉 신문·방송 교차 진입을 허용하는 척도가 되는 시장 점유율 수치만 바꾸고 있다.
그 점유율 제한으로 주요 언론사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고 해도,
소규모 언론사들은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기 어려우므로 여론 독과점은 해소되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2008년 12월 3일 이후
7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여야는 합의하고 그 합의를 다시 깨기를 반복했다.
실력(實力)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동안,
여야는 형식적인 합의와 언론 플레이,'반대를 위한 반대'를 본업으로 삼았다.
법안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셈이다.
미디어법 관련 대립은 시기상조인 소모전이다.
규제를 해도 여론 독과점이 해소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여야 모두 규제가 충분한지 불충분한지로 상대 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안의 핵심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논쟁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잠시 진정하고 산재한 민생 현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
아직 문제의 본질도 파악하지 못한 미디어법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
미디어법은 충분히 검토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한 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
국회의원을 선출한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목숨을 거는' 그 미디어를 통해서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민생 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분노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