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는 아주 잘 돌아간다.
연중 잡혀드는 선거법 위반 사범들의 대행진은 이제 일상이다.
서로 법안 '열심히' 처리하겠다고 국회의원들이 일터인 국회를 부수더니,
싸운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렇게 치고 받던 사람들이 골프 치러 해외에 갔단다.
평상시엔 안 하던 일 끝에 몰아서 무력으로 다 하고,
일 끝나면 마무리도 안 됐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놀러 다닌다.
우리나라 국회.
때만 되면 치고받고 싸운다.
싸우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그러고는 다시 평범한 일상 업무만 보는 평소로 돌아간다.
임시국회 폐회 철이 다가오면 다시 치고받고 싸운다.
언론의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고는 다시 조용해진다.
항상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국정 진행이 이 모양 이 꼴인 건, 뜯어보면 다 이유가 있다.
여당이 무슨 의견만 내놓을라치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맞서는 야당,
그런 야당에 다시 반대로 맞받아치는 여당.
항상 반대파만 있으니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식으로 못 처리한 법안이 쌓이고 쌓였으니
어쨌든 처리를 끝내야 하는 임시국회 폐회가 다가오면
수없이 많은 계류 법안을 놓고 나만 살자고 싸운다.
아직 뭘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 싸움과 똑같다.
술 취하고 뒷감당 못 하는 동네 아저씨들 싸움과 똑같다.
항상 합의를 못 보고, 자기 이익 못 챙겼다고 대책 없이 버틴다.
일터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일 못하게 막고 서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동네 아저씨와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민생법안은 처리할 생각도 없으면서 싸우기는 잘도 싸운다.
동료 의원들이 국회 폭력행위 방지 특별법안을 제출했을 정도니,
말 다 했다. 만날 싸우지 않는 게 용할 정도다.
이런 국회는, 국위 선양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무력으로라도 주어진 임무를 끝내려는 모습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지,
美 타임紙는 표지에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나라 '입법 전쟁' 사진을 실었다.
본문에 실린 부서진 국회 기물 사진과 함께, 동남아 정계의 모습과 함께.
제목은 "아시아의 퇴행하는 민주주의"였다.
사람이 있는 곳 어디에서든 반대 의견은 있다.
문제는 그 반대 의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필리버스터(filibuster)'가 있다.
의회에서 법안 표결 때 표결 전 의정 질문을 계속 해서 표결을 막는 것이다.
그것도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고, 짜증나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회의 진행을 방해할망정 회의장을 부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표결은 강행할망정 말로는 합의하지 않는다.
(합의해도 말짱 도루묵일 때도 많았다.)
부끄럽지만, 이건 현실이고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암울한 현주소다,
국민은 믿고 뽑아 줘도, 의원들 스스로 그 기대를 저버린다.
물론 국회의원 296명 전원이 그러지는 않는다.
수십 명의 일부 의원들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국회는 공동체다.
일어탁수라고, 어느 하나만 잘못해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수십 명이 잘못하면, 국회 자체에 대한 불신만 조장한다.
그 수십 명 국회의원들과 국회 자체가 정신을 차리고,
국민들이 국회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더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의회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둡다.
+덧: 의견 있으시면 국회 홈페이지 열린마당으로 고고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