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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즐거웠던 거제도 여행기

Super:H 2008. 8. 19. 00:28
(모든 사진은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 (640*480) 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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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경남 거제도.
그 곳에 뒤늦은 휴가 겸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자가용이 아니라 기차로 간 여행이어서 더욱 즐겁고 낭만적(?)이었답니다.
물도 정말 깨끗하고 공기도 맑고 하늘도 청명해서
여행하는 내내 기분 또한 최고였어요~ ^0^

1. 여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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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바라본 밤의 서울역


여행은 2008년 8월 14일 22시 35분, 서울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였죠.
밤에 가 본 서울역도... 멋졌습니다. 외부도, 내부도, 그 안의 사람들도 모두..

원래 22시 35분 도착 예정이었던 열차가 이런 저런 이유로 2분 가량 지연되었고,
그 열차에 몸을 실으며 본격적인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무박 2일 여행이다 보니 취침 시간에 기차와 버스로 이동해서 잠이 필수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시끄럽고 느리고 덜컹거리고 게다가 입석까지 있어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새벽 2시 23분에 동대구역에 도착할 때까지 자다 깨다 자다 깨다만 반복했어요.. ㅠ.ㅠ
막 잠들려던 차에 계속 입석으로 서서 가시던 할아버지께서
졸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시는 바람에 놀라서 잘 기회를 완전히 놓쳐 버렸답니다.

수원, 평택, 천안, 영동, 대구를 지나.. 드디어 새벽 2시 23분, 동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뒤 역에서 나와 6번 출구 앞에서
하루를 함께 할 연계 버스(45인승 관광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 기사님(그리고 동시에 가이드)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웠어요. ㅎㅎ

2. 신선대, 바람의 언덕
졸린 눈을 비비며 첫 번재로 도착한 곳은 신선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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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노닐다 갔다는 새벽의 신선대

차가운 아침 바다 공기와 탁 트인 전망, 소금기 배인 바다 냄새는
아침 잠을 달아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20분 후에는 바로 밑 도장포로 내려가
구수한 해물된장찌개와 함께 꿀맛같은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침식사 후 원래 계획은 도장포 관광 유람선을 타고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을 돌아본 뒤 '바다 위의 천국' 외도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파도가 높아 유람선이 뜨지 못해서
드라마, 영화 촬영의 명소라는 바람의 언덕에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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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풍경

거제도는 섬이고 바닷가라서 원래 바람이 많고 시원한 지역이지만,
특히 이 언덕에는 바람이 세고 많이 불어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에 더웠던 참에 시원한 바람을 맞아 좋았고,
맑은 하늘과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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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거제의 전망


3. 몽돌해수욕장
여유롭게 바람의 언덕에 올라간 후에도 여전히 센 파도로 인해 유람선은 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코스였던 몽돌해수욕장에 먼저 들렀습니다.
넓은 바다와 동글동글한 몽돌이 인상적이었고,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없고 해수욕장이 모래가 아니라서 발이 빠지지도 않아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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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귀여운 돌이 가득한 몽돌해수욕장! 돌탑도 잘 쌓아집니다~ (특별출연: 우리 아빠 손 & 발)

아 참, 거제도 내 6개 몽돌 해수욕장의 몽돌은 무단 반출 금지 자연물이랍니다.
처음에는 기념품으로 하나씩 가져가도 괜찮았는데, 그게 자꾸 이어지다 보니
너도 나도 다 가져가서 돌이 모자랄 지경에 이르러서 아예 못 가져가게 법으로 막았다고 해요.
그 무단 반출 적발 범칙금과 파라솔, 고무 튜브 대여료로 주민들이 없어진 돌을 채워 넣고 있는데,
10년 가까이 돌을 채워 넣어도 몽돌 같은 돌이 흔하지 않고 없어진 돌이 워낙 많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원상 복귀는 아직도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의 자연은 우리가 지킵니다!! 몽돌해수욕장에 가면 몽돌은 보기만 하자구요~

4. (드디어) 해금강, 외도
몽돌해수욕장에서 파라솔을 빌려 바다를 바라보고 돌과 놀며 부족한 잠을 채우고 있는데,
외도 주변 파도가 잦아들어 유람선 출항 시각이 예정보다 20분 당겨졌습니다.
여행사 측에서 왔던 일정이 당겨졌다는 연락을 모르는 번호라서 받지 않는 바람에
해수욕장 옆 횟집에서 점심으로 싱싱한 우럭회매운탕을 먹고 있던 저희 가족은
큰 접시 한가득 나온 입에서 살살 녹는 우럭은 반도 못 먹고 매운탕은 손도 못 댄 채
부랴부랴 정신없이 버스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11시 40분에 배가 출항하는데 33분에 아슬아슬하게 다시 도장포에 도착한 저희 일행은
정원 98명에 유머 감각이 뛰어나신 할아버지 선장님이 이끄는 '바다여행 1호' 유람선에 탑승했습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20분 정도 달리니 '바다의 금강산' 이라는 해금강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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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바라본 해금강. 움직이는 배 안에서 좋지 못한 촬영 기술로 찍어서 실물보다 사진이 너무 못 나와 아쉽습니다.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더 장엄합니다!!


해금강의 웅장한 자태에 놀라기도 잠시, 출항 때보다 약간 높아진 파도에
출렁이는 배 안에서 약간은 울렁이는 속을 잠재우며 20여분을 달려 외도에 도착했습니다.

1973년 故 이창호 씨가 800만원에 구입해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지막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가꾼 해상 농원 '보타니아'가 정말 대성공을 거두면서
유람선 이용로 17,000원에 외도 입장료 8,000원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임에도
하루 평균 4천명, 최대 6천명까지 다녀가는 거제의 명물이 된 곳이 바로 외도입니다.

말로만 듣던 외도는, 정말 말이 필요없었습니다.
아름다운 나무와 꽃과 숲, 화장실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정성이 깃들어 있었고
1시간 40분동안 섬 전체를 관람하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곳곳에 살아있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고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루며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외도에 비하면
제대로 못 먹은 6만원짜리 맛있는 우럭회와 매운탕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섬 주인 이창호 씨 내외의 노력으로 탄생한 외도의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침 배가 뜨지 않는 바람에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시간대여서
낮은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외도 관광 내내 땀을 많이 흘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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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니아'라는 상호(商號)처럼 식물이 주를 이루지만, 조각도 많고 바다 경치도 일품인 외도. (저 별장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권상우가 살았던 별장이랍니다.)


산뜻한 식물 향기와 은은한 클래식이 흐르는 외도 전체를 한 바퀴 돌아
선착장에서 다시 타고 왔던 유람선을 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모두들 놀라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기분 좋은 만족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5. 여행의 마지막
외도로 갈 때 떠나 왔던 도장포 선착장에 다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가 기다리고 있는 밀양역으로 버스를 타고 달려가다가
마산 부근에서 차가 막히자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는 마지막 여행지, 봉하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진행중인 공사가 뭔가 통제가 안 되고 통행로 바로 옆에 흐르는 물도 악취가 심하고
솔직히 볼 것도 별로 없어 여행 일정 중 가장 실망스러웠지만,
노무현 前 대통령의 생가와 현재 사는 사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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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기차 시간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거제도에서 보낸 풍성하고 보람찬 하루를 되새기며 밀양역에 도착했습니다.
무궁화호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품격 있고 시설도 좋은 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몸은 사실상 없었던 잠에 이어진 강행군으로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듯 가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