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가전판매점 가격 낮춰도 매출 작년의 60%수준 그쳐
미용실·세탁소등 이용도 확줄어 문닫는 업체 잇달아
의류·생활용품 제조업체들 하반기 경영전략 긴급수정
"차는 세워놓다시피 했는데 자동차세는 그대로 나왔대요."
6일 신도림 이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K(40)씨는 느닷없이 자동차세에 대한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남편은 자동차 대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지난달 자동차세는 어김없이 나왔다고 불평했다. 그는 "주말에도 어쩌다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당연히 자동차세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씨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관세청을 비롯해 정부에서 각종 수입 제품의 수입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를 공개하고 있지만 그게 서민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생색내기 쇼"라는 K씨는 식품 판매코너에서 우유를 사며 "매일 배달해 먹던 우유 값을 대기가 힘들어 이젠 가끔씩 할인마트에서 우유를 산다"고 하소연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K씨의 말처럼 자동차는 가능한 세워놓고 장을 보더라도 꼭 필요한 물건만 산다. 에어컨과 같은 전자제품의 구매는 뒤로 미루고 미용실이나 세탁소 이용도 줄였다.
문래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노희정(34)씨는 세 살 딸아이가 새로 나온 뽀로로 장난감 인형 앞에서 칭얼대는데도 매몰차게 팔을 끌며 장 본 것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로 향했다. 그녀는 "아이의 땀띠가 심해 올해에는 에어컨을 하나 장만하려 했지만 적자 가계부로 인해 내년에나 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들의 생활패턴 변화는 대형마트의 제품별 판매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지난 6월 매출을 살펴보면 수산물ㆍ야채 등 식품류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가정용품이나 의류의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정용품 중에서도 가전제품과 가구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11%, 4% 줄었고 스포츠용품과 서적ㆍ음반 판매도 각각 7.4%, 13%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면서 바캉스 용품과 제습용품의 매출은 늘고 있지만 대형 가전과 의류ㆍ여가생활 관련 상품 등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며 "당분간은 이런 소비 풍토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전문점에서도 가전제품 매출둔화 현상이 뚜렷해 강변 테크노마트는 지난해 매장당 일주일에 27대 정도 팔렸던 에어컨이 올해에는 20대 정도로 감소했고 디지털TV도 풀HDTV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100만원까지 내렸지만 판매량은 지난해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감소 폭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아 매장마다 비상 상황이다.
장바구니 물가상승으로 주부들의 미용실ㆍ세탁소 이용도 줄면서 관련 업소들도 매출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했지만 지금은 2~3달에 한번으로 바꾸고 지금 당장 입을 옷이 아니면 세탁소에 옷을 맡기지 않는다는 게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5년째 숙명여대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정자(42)씨는 "미용실은 자리만 괜찮으면 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올 들어서 이 근처에서만 벌써 몇 곳이 문을 닫았다"며 "일하는 사람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아파트 단지에서 1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일석(53)씨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오전 내내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녔지만 세탁을 부탁받은 옷은 다섯 벌 정도. 김씨는 "과거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던 세탁물도 그냥 물 세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작년보다 세탁을 맡기는 옷이 3분의1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쥐어짜기'로 외식업체도 비상이다. 5일 홍대 앞 아웃백스테이크 매장. 주말 저녁인데도 매장 안 테이블이 반 이상 비어 있다. 주말 예약을 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다른 모습이다. 매장의 한 관계자는 "몇 개월 사이에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VIPS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있는 손님도 값이 싼 샐러드바를 이용할 뿐 메인 메뉴는 시키지 않는다.
잘 나가던 백화점도 최근 여름세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세일기간 철 지난 봄 상품보다 여름 신상품의 비중을 높였지만 피부로 절감할 정도로 4월 세일 때보다 방문고객이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만난 정미선(28)씨는 아이쇼핑을 마치고 동대문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여름 원피스를 하나 사려고 나왔지만 너무 비싸다"며 "올 여름에 유행하는 디자인을 확인한 만큼 가격이 싼 동대문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구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필요한 것만 사는 쪽으로 소비를 죄면서 의류ㆍ생활용품 등의 제조업체들은 하반기 경영 전ダ?수정하고 있다.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며 내수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에 올 초 패션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신규브랜드를 대거 론칭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위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하반기 신규 론칭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의 한 관계자는 "쌓여있는 재고도 털어내기 버거운데 생산물량을 어떻게 늘리겠냐"고 하소연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이재용기자 jylee@sed.co.kr"
가전판매점 가격 낮춰도 매출 작년의 60%수준 그쳐
미용실·세탁소등 이용도 확줄어 문닫는 업체 잇달아
의류·생활용품 제조업체들 하반기 경영전략 긴급수정
"차는 세워놓다시피 했는데 자동차세는 그대로 나왔대요."
6일 신도림 이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K(40)씨는 느닷없이 자동차세에 대한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남편은 자동차 대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데 지난달 자동차세는 어김없이 나왔다고 불평했다. 그는 "주말에도 어쩌다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당연히 자동차세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K씨의 말처럼 자동차는 가능한 세워놓고 장을 보더라도 꼭 필요한 물건만 산다. 에어컨과 같은 전자제품의 구매는 뒤로 미루고 미용실이나 세탁소 이용도 줄였다.
문래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노희정(34)씨는 세 살 딸아이가 새로 나온 뽀로로 장난감 인형 앞에서 칭얼대는데도 매몰차게 팔을 끌며 장 본 것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로 향했다. 그녀는 "아이의 땀띠가 심해 올해에는 에어컨을 하나 장만하려 했지만 적자 가계부로 인해 내년에나 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들의 생활패턴 변화는 대형마트의 제품별 판매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지난 6월 매출을 살펴보면 수산물ㆍ야채 등 식품류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가정용품이나 의류의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정용품 중에서도 가전제품과 가구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11%, 4% 줄었고 스포츠용품과 서적ㆍ음반 판매도 각각 7.4%, 13%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면서 바캉스 용품과 제습용품의 매출은 늘고 있지만 대형 가전과 의류ㆍ여가생활 관련 상품 등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며 "당분간은 이런 소비 풍토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전문점에서도 가전제품 매출둔화 현상이 뚜렷해 강변 테크노마트는 지난해 매장당 일주일에 27대 정도 팔렸던 에어컨이 올해에는 20대 정도로 감소했고 디지털TV도 풀HDTV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100만원까지 내렸지만 판매량은 지난해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감소 폭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아 매장마다 비상 상황이다.
장바구니 물가상승으로 주부들의 미용실ㆍ세탁소 이용도 줄면서 관련 업소들도 매출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했지만 지금은 2~3달에 한번으로 바꾸고 지금 당장 입을 옷이 아니면 세탁소에 옷을 맡기지 않는다는 게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5년째 숙명여대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정자(42)씨는 "미용실은 자리만 괜찮으면 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올 들어서 이 근처에서만 벌써 몇 곳이 문을 닫았다"며 "일하는 사람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암동 아파트 단지에서 1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일석(53)씨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오전 내내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녔지만 세탁을 부탁받은 옷은 다섯 벌 정도. 김씨는 "과거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던 세탁물도 그냥 물 세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작년보다 세탁을 맡기는 옷이 3분의1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쥐어짜기'로 외식업체도 비상이다. 5일 홍대 앞 아웃백스테이크 매장. 주말 저녁인데도 매장 안 테이블이 반 이상 비어 있다. 주말 예약을 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다른 모습이다. 매장의 한 관계자는 "몇 개월 사이에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된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VIPS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있는 손님도 값이 싼 샐러드바를 이용할 뿐 메인 메뉴는 시키지 않는다.
잘 나가던 백화점도 최근 여름세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세일기간 철 지난 봄 상품보다 여름 신상품의 비중을 높였지만 피부로 절감할 정도로 4월 세일 때보다 방문고객이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만난 정미선(28)씨는 아이쇼핑을 마치고 동대문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여름 원피스를 하나 사려고 나왔지만 너무 비싸다"며 "올 여름에 유행하는 디자인을 확인한 만큼 가격이 싼 동대문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구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필요한 것만 사는 쪽으로 소비를 죄면서 의류ㆍ생활용품 등의 제조업체들은 하반기 경영 전ダ?수정하고 있다.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며 내수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에 올 초 패션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신규브랜드를 대거 론칭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위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하반기 신규 론칭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의 한 관계자는 "쌓여있는 재고도 털어내기 버거운데 생산물량을 어떻게 늘리겠냐"고 하소연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