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기사] 일상 속에 널린 영어 오역

Super:H 2008. 5. 31. 16:42
오역은 의외로 쉬운 문장이나 단어에서 생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빚어진 '관보 오역 파문'처럼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번역하다 발생하곤 한다.

일례로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lestinian Authority)'라고 언급한 것을 통역은 '팔레스타인 권위'로 엉뚱하게 전달했다. 무심코 사전적인 의미를 내뱉은 결과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반도 안보에 변함 없는 '의지를 갖고 있다(committed)' "고 언급했다. 그런데 통역은 "미국 정부는 한반도 안보에 책임을 여전히 지고 있다"고 오역했다.

언뜻 봐서는 비슷한 것 같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외교 통역에서 '~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be committed to)'와 명사 형태인 '책임(commitment)'을 헷갈려 지나치게 사전적으로 해석한 사례다. 비단 나라 간 협상이나 회의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과 일상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엉뚱한 해석으로 곤경에 처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많이 사용하지만 잘못 해석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영어 문장을 알아본다.

◆ 영어를 한글로 옮길 때 헷갈리는 사례

 ▶▶While의 해석 "Employees will have to eat in the office while the loungeis being renovated."

'휴게실 보수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로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will은 ~할 것이다, have to는 ~해야만 한다, while은 ~하는 동안, being+~ing는 완료 진행 시제 '~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문법적 틀을 이용한 번역이다. 따라서 정확한 해석은 '휴게실 공사 관계로 직원들은 식사를 사무실에서 해야 합니다'가 된다.

 ▶▶Would의 해석 "I thought he would do it at once."

통상 '나는 그가 그 일을 즉시 하리라고 생각했다'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가 그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놀라움을 would로 표현하였다. 따라서 번역에는 '내 생각과 달리 그는 그것을 바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담아야 한다. 정확하게는 '난 그 사람이 그걸 바로 처리할 줄 알았더니…(안 했네)'로 해야 한다.

 ▶▶숨어 있는 뜻을 몰라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례 "I think my car is a lemon."

위 문장은 lemon이 '불량품, 중고차'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 올바른 해석은 '내 차는 고물 같아' 정도가 돼야 옳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미드'나 영화 등 자막에서 '내 차는 레몬색이야' 등 잘못된 번역이 등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고유명사를 사전 그대로 풀어 실수하는 사례 "the Ways and Means Committee."

'한국어로 그대로 해석하면 '수단과 방법 위원회'쯤 될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the Ways and Means Committee는 미국 세입위원회를 뜻한다. 참고로 세출위원회는 영어로 Appropriations Committee.

◆ 한글을 영어로 옮길 때 오역한 사례


 ▶▶전 남자친구가 많아요 "I have many boy friends."

성격이 쾌활하고 사교성이 좋은 여성들이 '이성 친구가 많아서'라고 설명하면서 쓰는 영어 'boy friend'는 실제로는 '이성 친구'를 의미한다. 이와 비슷하게 '여자에게 인기가 많겠군요'라는 말을 'I think you have a lot of girl friends'라고 하면 '너 여자 꽤나 꼬이겠구나' 정도로 교양 없고 언짢을 수 있는 표현이 된다. 이때는 'You must be a ladies' man'이라든가 'You must be popular' 또는 'Girls must like you' 정도를 쓸 수 있다.

 ▶▶약속이 있어요 "I have a promise."

상대방에게 선약이 있어 자리를 함께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하면서 흔히 말하는 이 표현은 대표적인 콩클리시 중 하나다. 이때는 'I have a prior engagement' 'I made a commitment to ~ to do ~ for/with ~' 또는 'I have something to do' 정도 표현이 적절하다. 또 흔히 듣는 'I have an appointment'는 병원 예약과 같은 공적인 약속에 쓰는 표현으로 가족관계나 다른 회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I am supposed to take my wife to dinner' 또는 'I must attend my family dinner tomorrow night' 'I have a meeting to go to' 정도가 좋다.

 ▶▶제 이름은 김입니다 "My name is Mr. Kim."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말하지 않고 성에 Mr나 Miss를 붙여서 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영어에서 Mr나 Miss 등은 경어로 자신을 '제 이름은 김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또는 '제 이름은 김 여사님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고 만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안경을 쓰십니까'라는 말을 'Do you wear glass?'라고 말하는 일도 흔하다. glass는 잔이고 glasses는 안경이다. 단순히 단ㆍ복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몸에 걸치는 것은 모두 wear라고 표현하는 영어에서 glass를 어떻게 몸에 걸칠 수 있을지 난감하다.

■도움말 = 에리카 플랜티어학원 스피킹팀장

[정리 = 박소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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