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꽤나 비싼 샤프, 볼펜, 만년필 등 필기구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 비싼 외제 필기구류는 물론 디자인도 좋고, 쓰기도 편하고, 가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많은 국민들, 특히 학생들의 '명품 펜 열풍'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필기구의 가장 큰 목적은 '기록'이지 '값'이나 '가치'가 아닙니다.
비싸든 말든, 디자인이 좋든 나쁘든, 자기가 쓰기 편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개인에게는 오랫동안 써 온 손에 익은 필기구가 더 소중합니다.
보잘것 없어 보여도,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손때 묻은 책처럼,
특별히 좋은 것도 없지만 깊은 역사를 지녔기에 소중히 간직하는 가보처럼 말입니다.
비싼 새 명품 필기구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 것이나 집히는 대로 막 사용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래 갈 수 있고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한 필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싼 필기구, 새 필기구만이 그런 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한 번만 주위를 둘러보면, 잊고 있었던 다른 필기구들이 분명 보일 것이고,
비싸 보이지는 않아도 편리해 보이고 튼튼해 보이는
'깊은 역사를 지닌' 필기구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비싼 필기구를 산다고 공부를 더 잘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글씨가 더 잘 써지거나 엄청나게 편리한 것도 아닌데,
충분히 쓸 만한 다른 필기구 대신 비싼 새 필기구를 살 필요가 있을까요?
진정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그런 비싼 필기구를 고르고 사는 시간에
관심 분야의 책을 산다거나 여행을 하는 등 더 높은 정신적 가치를 키우는 게 더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