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CDI Writing Contest에 참가했습니다.
이 대회는 청담어학원에서 우수한 에세이를 작성한 학생에게 상을 주는 대회인데,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 고 하기는 했지만 약간 짜증이 났습니다.
'이 대회의 근본이 잘못되었으니 뜯어 고쳐라' 하는 일방적인 비판이 아니고,
'이 대회의 시스템이 어이가 없어서 제 실력 발휘를 못 했다'는 변명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난생 처음 보는 구조에 에세이의 외적인 요소를 맞추기가 어려웠을 뿐,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썼기 때문에 에세이 자체에는 만족합니다.
다만, 제가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제한 사항 두 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CDI의 교육 범위가 워낙 넓어서 기초 단계의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 학생들에게까지 그런 제한 사항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청담어학원은 토플에서 요구하는 Academic Writing의 유일한 정석이
5문단 에세이 (서론 1-본론 3-결론 1) 이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에세이를 쓰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서-본-결 형식과 주장, 근거 등만 있다면,
내용이 뭔지 알아볼 수만 있다면 약간의 변형은 허용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ETS에서도 Writing에서 제가 독립형 문제에서 4문단 에세이를 썼는데도
흔히 알려진 '정석'에 맞게 쓴 통합형 문제와 함께 28점(30점 만점)을 줬습니다.
그리고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논리적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기에,
내용 전개가 명확하다면, 실제 토플 시험을 고려하더라도 시간 안에만 쓴다면
에세이의 길이 또한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ETS에서도 독립형 문제의 경우 '보통 300자 이상이 좋다' 라고만 하지
'몇 자 이하로 써야 한다' 는 강제 조항은 없습니다.
그런데, 청담어학원은 논제에 '5문단 에세이로 쓰시오' 라는 사실상의 강제 조항을 넣었습니다.
청담어학원 외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대 단어 수 제한(350단어)' 을 걸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본론 세 문단을 짧게 쓰는 것보다 두 문단을 길게 쓸 때 더 자신있게 쓸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긴 글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서 제한 시간 안에 400단어 정도를 썼기 때문에,
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요부터 완전히 다르게 써야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제한에 묶여 제 글을 제가 이끌어 나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전국 단위 Writing 대회 최고 단계에 응시한 학생들이 에세이 형식을 모릅니까?
뜻도 없는 단어나 똑같은 말을 무한반복해서 에세이를 씁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ETS도 제한하지 않는 것을 왜 굳이 제한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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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은 다양한 변화에 금방 적응해서 어떤 상황이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일정한 틀 안에서 일어나는 시험 같은 상황에서는
그 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틀 안에 자기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토플 모의고사와 다섯 번의 실제 iBT 시험, 몇 번의 Writing 시험을 치렀지만,
문단 형식과 최대 단어를 제약한 것은 실제 시험은 물론 모의고사에서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틀 안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CDI가 자체 Writing 대회에서 듣도 보도 못한 부분을 제한했기에,
저는 간신히 'CDI 형식에 맞춘' Writing을 완성한 뒤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작년 5월까지 1년동안 CDI에 다녔던 학생으로서, 다른 영어학원과는 다른 CDI의 커리큘럼이
처음에 적응하기는 힘들지만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꾸며지기 때문에
진정한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정말로 느꼈기에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Writing 독립형에서 형식과 최대 단어 수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화된 커리큘럼'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독단일 뿐입니다.
CDI의 상대적, 아니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위를 남용한 텃세일 뿐입니다.
학원이 자체 커리큘럼에 맞게 원래 제한사항을 조금 더 강화하거나 변경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두가 지키고 최소한 그 안에는 맞추는, 바로 그 큰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게다가 이 대회는 CDI 재원생뿐만 아니라 관심이 있는 초중고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CDI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잇는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공정한 채점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전례 없는, CDI가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한은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비록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톡톡 튀는 창의적인 생각이 주목받는 요즘이지만,
믄 틀에서 벗어나 누구의 생각에도 없는 이상한 행동은 창의가 아니라 기행(奇行)일 뿐입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답시고 중고생이 학교에 사복을 입고 가면 누가 이해해 줍니까?
IQ가 430이고 텔레파시와 축지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람을 누가 진정으로 이해했습니까?
모두가 그들의 '창의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웃음거리, 놀림거리로 보듯이
CDI가 이런 제한을 계속한다면 그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잃게 될 것입니다.
CDI의 지대한 영향이 경기도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미치는 것은 알겠지만,
그 영향력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CDI 당신의 그 독특한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는 않기에,
당신의 이런 작은 실수가 그들에게 알려진다면, 그것은 매우 크게 부풀려져
당신의 그 지대한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CDI, 근거 없는 제한 사항 만들지 말고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