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무관심, 소리없는 파괴자

Super:H 2008. 2. 8. 16:14

영화 <플라이트 플랜>을 보고, 우리 사회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이기주의,
즉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타인의 문제는 못 본 척 하는 무관심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영화 속 400명이 넘는 비행기 탑승객의 무관심은 한 여인을 정신병자로 매도하고
두 범인들의 범행을 묵인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이미 우리가 겪었을 수도, 또 행했을 수도 있는 무관심으로 인한 작은 피해들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서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100년 전, 아니 10년 전만 해도 상상만 했던 일들이 쉽게 이루어지고,
많은 생활 속의 기술들이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전에는 할 수 없었거나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었던 일들을 이제는 쉽게 할 수 있어서
개개인의 업무가 늘어나 생활이 더욱 복잡해지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자기 자신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우리의 표면적인 삶, 개개인의 삶이 발전하는 만큼
정말 소중한 내면적인 삶, 서로 도와야 하는 인류 전체의 삶은 쇠퇴하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어떤 행동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에는 "나와는 상관 없다"는 그 태도가 한 개인의 문제를 키워
무관심했던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데도 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타인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플라이트 플랜>에서도 400여 명이 넘는 비행기 탑승객이 자신의 일에 바빠
다른 탑승객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 '아이가 없어졌다'는 여자의 말을 증명하지 못하고,
우리 생활 속에서도 연립주택에서 홀로 살다가 죽은 노인이 3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등의
안타까운 일들, 쉽게 막을 수 있었기에 더욱 슬픈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플라이트 플랜>의 탑승객들은 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비행기가 비상착륙하여 큰 혼란을 겪었지만,
그 혼란은 '탑승객들이 무관심하여 여인을 정신병자로 몰았다'는 기사 한 줄에 묻히고 말 것입니다.
죽은 노인이 살던 연립주택 주민들도 심한 정신적 불안감과 충격을 겪지만,
'주민들이 무관심하여 노인이 죽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는 사회의 무관심 속에 잊혀질 것입니다.
이처럼 작은 무관심은 더 큰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 악순환의 연결고리는 사회 전체의 무관심의 원인이 되는 작은 무관심처럼 약하고,
우리가 조금만 힘을 주면, 즉 한 사람이라도 생각을 바꾸어 타인을 생각한다면 끊어집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그 악순환 자체에 대해 무관심했기에
그것을 쉽게 끊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술 속에서 더욱 친밀한 인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밝은 사회를 위해,
서로 도우며 다같이 웃을 수 있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하나 하나의 만족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부터라도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 보십시오.
작은 관심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외로웠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짧은 대화에서도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끼고 감격하듯이,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이웃의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도 모르게 인간으로서 가지는 당연한 감정인
이웃과 주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억누르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타인에게 정성어린 도움을 주고, 꼭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신의 진정한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