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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살 다보탑 83년만에 해체 보수

Super:H 2008. 2. 4. 08:32

[동아일보]

야외에서 비바람에 노출된 채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전통 석탑. 세월이 흘러 점점 약해지고 훼손되면 탑의 보수 보존을 위한 노력이 중요해진다. 그 방식은 해체 보수, 표면 강화 처리 등 다양하지만 좀 더 나은 방식을 찾기 위한 논란이 일기도 한다. 최근 경북 경주시 불국사 다보탑과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터10층석탑을 보수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들여다봤다.

○ 다보탑-안전 위해 83년 만의 해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불국사에 있는 국보 20호 다보탑(통일신라 8세기·높이 10.4m)의 안전을 위해 8월부터 해체 보수에 들어간다.

문화재연구소는 다보탑을 그대로 둘 경우 안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탑을 부분 해체해 보수 및 보존 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1925년 일제에 의한 해체 수리 이후 83년 만이다.

다보탑은 1300여 년 동안 야외에 노출돼 비바람을 맞아 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지지력과 강도가 약해진 상태. 이끼가 많이 끼어 석재의 표면을 약하게 만들고 있고 탑 곳곳에 균열도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연구소는 8월 중 탑 둘레에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를 설치한 뒤 9월경부터 본격 해체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작업에선 탑 전체가 아니라 4각형과 8각형의 난간이 있는 상층부만 해체한다. 문화재연구소의 배병선 건조물연구실장은 “난간이 특히 취약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수·보존 처리할 생각”이라며 “난간의 균열 정도와 강도를 판단하면서 정확한 해체 범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체 보수 작업은 석재의 강도 테스트, 석재 표면 이끼 등 불순물 제거, 석재 표면 및 균열 부위의 경화(硬化) 처리가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연구소는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해체 작업 현장을 일반에 공개하고 수시로 설명회를 개최해 문화재 교육 현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국보 21호 석가탑(통일신라 8세기·높이 10.4m)의 경우, 문화재연구소는 정밀 모니터링을 계속한 뒤 8월경 해체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석가탑엔 1000분의 1mm의 움직임까지 체크할 수 있는 정밀 센서가 설치돼 있다.

○ 원각사탑 논란

국보 2호 원각사터10층석탑(조선 1467년·높이 12m)의 유리 보호각 철거 및 실내 이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원각사터10층석탑의 유리 보호각을 없애고 탑을 국립중앙박물관 실내로 옮긴 뒤 원래 자리엔 복제품을 만들어 놓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

이 탑에 유리 보호각이 설치된 것은 2000년. 단단한 화강암이 아니라 부드러운 대리석 탑이어서 표면이 약한 데다 산성비와 탑골공원의 비둘기 배설물로 훼손이 심해지자 유리 보호각을 만들어 탑을 덮어 씌웠다. 유리 보호각이 탑의 경관을 해치고 햇빛이 반사돼 관람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러나 유 청장의 ‘유리 보호각 철거와 실내 이전’ 방침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유리 보호각 철거는 찬성, 실내 이전은 반대’다.

실내 이전 반대의 논거는 “문화재는 원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탑의 실내 이전은 탑을 또 한 번 숨 막히게 하는 것이며 복제품 설치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정재훈(전통조경) 문화재위원은 “파리에 노트르담 성당이 있고 경주에 분황사 황룡사가 있듯이 서울 도심엔 원각사 터와 석탑이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면서 “탑은 야외에서 봐야 하는 것인데 탑을 빼 가면 원각사 터와 석탑 모두 존재 의미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전통문화학교의 장헌덕(건축사) 교수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보존처리 기술을 이용해 야외에서의 보존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