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이 당선인의 노대통령 응대법

Super:H 2008. 1. 30. 11:49

[동아일보]

‘현직 대통령과는 맞서지 말라’ 원칙 세워

비서실장 통해 조직개편 대화해결 모색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비판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오히려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싸움을 걸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한 셈이다.》

이 당선인과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동안 대립할 상황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그때마다 ‘무시’와 ‘예우’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현직 대통령과의 대립은 피했다. 이를 두고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이명박만의 노무현 대처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이 당선인은 2006년 7월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과 맞서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과 맞선 대선 후보치고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이 당선인은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6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임기 발언은 해마다 반복됐다.

이 당선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는 “아마 속이 상해서 그랬을 거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자기 심정을 이야기 한 것인데…. 인간 노무현 씨가 하는 말로 이해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대립하지 말라=노 대통령이 심한 표현으로 이 당선인을 비판해도 이 당선인은 절제된 표현으로 짧게 응답하는 편이다.

노 대통령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정부조직 개편을 하면 복지 지출에 큰 타격을 줄까 우려된다”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거듭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노인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지역균형 예산,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도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 당선인의 ‘작은 정부론’을 비판했지만, 이 당선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인사회에서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 “토목공사만 큰 거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 것인지” 등 총 1시간 20분의 행사 중 52분을 이 당선인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이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여러 공약을 내놓았고 국민은 그 공약을 보고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지지해 준 것이다”라고만 했다. 이 발언에는 10초 정도만 걸렸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원광대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특강에서 “이제 걱정되는 하나가 오늘 (명예박사) 학위수여장을 보니까 ‘명박’이라고 써놨던데 내가 ‘노명박’이 되는가 싶어 갖고…. 하여튼 이명박 씨가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다. 여보시오. 그러지 마시오. 당신보다 내가 나아. 나만큼만 하시오” 하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당시 이 당선인은 “(노 대통령이) 이쯤에서 자기 업무에 충실한 게 좋겠다”고만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