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길거리에서 여유롭게 담배 피우시는 분들께

Super:H 2008. 1. 27. 00:16

최근 들어 여러분들의 해방구는 길거리인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이틀동안 거리에 있었던 약 40분 동안, 저는 거리를 걸으며,
또는 횡단보도 앞에서 담배 연기를 뿜으시는 6분의 흡연자를 만났고.
지난 한 주 동안은 위의 6분을 포함해서 15분 정도의 흡연자를 만났습니다.
요즘 들어 두드러지는 이런 경향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가 담배 연기와 냄새에 특히 민감해서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제 혐연권을 앞세워 여러분들의 흡연권을 억누르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하면서 '무조건 끊으세요'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 많은 거리에서 여유롭게 걸으면서 흡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흡연은 바쁜 일상에서 하나의 해방구가 될 수 있고,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에
더 많은 시민들의 여러분의 흡연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 많은 버스 정류장이나 복잡한 거리에서,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바쁘게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횡단보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집에서 더 여유롭고 더 편안하게 담배를 피우실 수 있는데,
집 안에서 못 피우시더라도 아파트 복도나 계단 창문에서 피우실 수 있는데,
꼭 다른 사람들 신경 쓰이는 거리에서 피워야만 할 이유는 없다고 보거든요.

최근 흡연 관련 법령이 많이 강화되어서 흡연자로서 여러분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
전에는 '합법적으로' 피우던 담배를 이제는 범칙금 때문에 못 피우시는 안타까움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여러분의 개인적인 흡연 공간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그 대신 여러분들을 위한 흡연 장소가 따로 마련되기 때문이지요.
그 흡연실이 너무 좁아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넓은 공공장소 어디에서나 담배를 피우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렸고,
흡연실 안에서는 여러분과 같은 흡연자들만이 담배 연기를 맡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처럼, 여러분께서 불법은 아니라는 이유로 복잡한 거리에서, 횡단보도에서 굳이 담뱃불을 붙이신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안 그래도 바쁜데 왠 담배 연기?' 하며 얼굴을 찌푸립니다.
자신의 감정을 속으로 숨기는 데 능통한 한국인들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많지 않지만,
속으로는 모두가 조금씩의 불편을 느끼며 짜증을 내고 있지요.
게다가 참 신기하게도 여러분 중 대부분이 사람들 많은 복잡한 도로에서,
'일시 정지' 라는 특성상 모든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 횡단보도에서 담뱃불을 붙이셔서
여러분의 흡연에 의한 심리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게 되고
여러분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준 피해는 언젠가 자신에게 똑같이 돌아온다는 격언을 명심하시고,
지금 몇 분 빨리 피우신 담배가 앞으로 여러분의 흡연을 더욱 방해할 것이라고 꼭 생각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흡연 자체는 그 누가 말려도 멈추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제는 집에서도 '쫓겨날' 정도로 흡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발 복잡한 거리에서만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그래도 정 피우고 싶으시다면, 되도록이면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주십시오.
그것이 궁극적으로 여러분의 권익과 다른 시민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길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더욱 자유롭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건전한 흡연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PS. 글이 너무 비판적으로 흐른 것 같네요.. ^^;; 죄송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이 글을 읽으시는 흡연자께서
길거리 흡연을 자제해 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