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잠실 재건축 현장을 바라보며

Super:H 2008. 1. 27. 21:10

1주일에 세 번 지하철 2호선 성내역을 지나면서,
1년 3개월쯤 전 시작되었던 잠실 재건축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1년 3개월 전 어쩌다 지난 성내역에선 황량한(?) 공터만 보였는데,
요즘에는 자주 지나가지만 지나갈 때마다 더 높아지고 더 풍성해진 건물들을 보거든요.
특히 건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요즘은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들을 헐고 더 편안하고 넓은 공간을 더 많은 사람에게 마련한다는 점에서,
서울 한복판의 '준(準) 신도시' 건설은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새로 짓는 것과 다름없는 경기권 신도시와는 달리 기반 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에
학교 부족 문제(잠실에는 이미 학교가 많고 재건축 단지 바로 뒤에 초등학교를 신축하고 있습니다),
생활 기반 시설 부족, 문화 시설 부족 등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잠실 재건축 현장의 진정한 문제는 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즉, 매우 넓은 지구에서 이루어진 재건축이 모두 마무리되면,
기존 거주자와 새로운 입주 희망 수요가 모두 합쳐져서
지금도 충분히 복잡한 잠실 일대의 교통이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이죠.

잠실 일대는 도로 연결망으로만 보면 사통팔달의 요지가 맞지만,
출퇴근 시간과 주말의 엄청난 교통량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너무 느리고 짜증나는' 사통팔달의 요지입니다.
1년 3개월 전 재건축을 막 시작했을 때에도
3km도 안 되는 거리를 신호 대기와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 속에 20분만에 통과하고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주차장' 이 된 잠실대교를 50분만에 간신히 건넜는데,
재건축이 끝나면 한꺼번에 유입될 새로운 교통량까지 합쳐진다면
이 상습 정체는 갑자기 너무나 심각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현대 건축 기술과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로 장식한 새 건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웅장한 자태에 놀라기도 하고 새로운 입주자들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기쁘고 즐겁게 입주했던 새 입주자들과 그 입주자들 외 다른 잠실 주민들이 겪을
새로운 교통 문제 때문에 사실 걱정과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게다가 길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는데
길이 막히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기에,
주민들의 심리적인 부담감과 짜증, 스트레스는 더욱 클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교통 문제 때문에
들뜬 마음으로 빠르고 내실있게 진행한 '잠실 재건축 프로젝트'의 빛이 바랠까 걱정됩니다.
상습 교통 정체에 대해 그래도 많은 경험이 있는 송파구와
교통 문제의 근본 원인이자 실제 피해자인 주민들이 함께 노력하여
효율적인 교통 체제를 확립하고, 나아가 아름다운 잠실을 가꿔 주십시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잠실을 만들고
'잠실'과 '송파'라는 이름이 지니게 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 개발할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