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재구성

(-) 모이면 (+) 커진다 : 뺄셈 마케팅

Super:H 2008. 1. 26. 23:23
<출처: 동아일보>

대상의 조미료 ‘청정원 맛선생’과 레인콤의 MP3 플레이어 ‘엠플레이어’.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두 제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전 상품에 있던 뭔가를 ‘뺐다’는 점, 그리고 그 때문에 지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원 맛선생은 기존 조미료에서 필수로 여겨지던 L-글루타민산나트륨(MSG)과 합성향, 합성보존료, 합성착색료를 모두 뺀 조미료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이달 중에 20억 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엠플레이어는 기존 MP3에 유행처럼 추가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보기 기능이나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기능을 모두 없애고 단지 음악 듣기 기능만을 남겼다. 깜찍한 디자인과 단순한 기능, 싼 가격으로 최근 반 년 새 35만 대가 팔렸다.

요즘 제조업계는 ‘덧셈’보다 ‘뺄셈’이 대세다.

컨버전스(융합)에서 디버전스(분화)로의 변화다. 식음료업계는 ‘첨가물을 뺀 비싼 제품’으로 ‘참살이(웰빙) 열풍’을 겨냥하고 있고 전자제품 업계는 ‘기능 군살’을 뺀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 “좋지 않은 것은 빼야” 부가가치 높인 참살이 제품

95g 한 병에 3400원인 청정원 맛선생은 기존 제품(맛나)보다 같은 중량을 기준으로 값이 2배를 넘는다.

하지만 천연재료를 사용해 주부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오리온이 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팀과 함께 진행하는 ‘닥터 유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합성첨가물을 빼고 나트륨과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열량을 낮춘 과자다.

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 투티는 설탕 대신 단맛이 나는 중국 토착 식물 ‘나한과’로 단맛을 내고 치아에 좋은 발효유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경쟁사 제품보다 50원 정도 비싼 병당 400원이지만 하루 15만 개씩 팔린다.

매일유업이 지난해 내놓은 우유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노란색 색소를 넣지 않은 과즙 우유다. 매일유업은 “가격은 270mL 기준 1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발매 6개월 만에 2000만 병이 팔렸다”고 밝혔다.

편의점 GS25는 지난해부터 MSG를 뺀 삼각김밥과 도시락을 팔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야채과일주스 ‘네퓨어’도 설탕을 뺐다.

○ “기본에 충실” 가격 거품 뺀 전자제품

전자업계의 ‘뺄셈’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면서 가격 거품을 뺐다.

KTF는 지난해 4월 보통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의 무선인터넷 기능을 아예 없앴다. 일명 ‘논 위피(non WIPI)폰’(모델명 LG-KH1200)을 내놓아 지금까지 70만 대가량을 팔았다. 중장년층 사이에 인기를 끈 LG전자의 ‘와인폰’도 폰 카메라의 화소 수를 낮춰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 대신 글씨 크기를 크게 하고 통화, 문자메시지 등 ‘본래 기능’의 사용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HP는 개인휴대정보기(PDA)에서 음악 듣기, 전화 걸기 등 부가 기능을 모두 빼고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을 10만 원 정도 낮춘 ‘아이팩 112 클래식 핸드헬드’를 내놓았다. 디지털큐브는 TV 보기 등의 기능을 없애 가격을 낮춘 ‘M43 아카데미’를 선보였다.

올림푸스한국은 비싼 틸트형 LCD 대신 고정식 LCD를 채택한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E510을 내놓았다. 이전 제품에 비해 가격이 15만 원 정도 싸다.

○ ‘과잉’ 꺼리는 소비 경향 정확히 파악

서울대 유태우 교수는 “부족보다 과잉이 문제”라며 현대인의 영양 과잉을 지적했다. 오리온이 비만이 걱정돼 과자류를 꺼리는 소비 경향에 착안해 ‘칼로리가 낮고 몸에 좋은 과자’를 만들기로 한 이유다.

이렇듯 기존 제품에서 원료나 기능을 뺀 ‘뺄셈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하지 않는 중장년층, 가족 건강을 염려하는 주부층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최근의 ‘디버전스 트렌드’는 시장의 흐름이 기술, 기능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과 필요로 하는 부분을 혁신한 상품이 히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