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지논술(동아일보 논술섹션) >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춘향과 이몽룡은 신분을 초월하여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뿐일까? 두 사람의 사랑을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는 없을까?
이몽룡은 어사또가 되어 춘향에게 다시 한 번 정절을 시험한다.
과연 이런 행위를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한 여자가 목숨을 걸고 자신에 대한 신의를 지켜 주었다.
그런데 그 여자를 다시 한 번 시험하다니, 도대체 이몽룡의 이런 행위는
무엇을 시험하고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까?
목숨을 건 춘향의 사랑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따라서 이몽룡의 이런 물음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사랑을 받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다" 라는 자기 과시 말이다.
그런 말을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쑥쓰러워 춘향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발칙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만약 춘향이 어사가 이몽룡인 줄도 모르고 그에게 "수청을 들겠다"고 대답하였으면 어찌 되었을까?
춘향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희망-이몽룡이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은 사라졌다
이제는 죽을 일만 남았다. 내가 죽으면 서방님은 우리 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살 것이다.
일단 수청을 들고 내가 살아남아 우리 서방님을 재기시키자. 그의 집안이 풍비박산 되었다고 하니
이제는 오직 나만이 그의 희망이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 끝에 수청을 허락했다면 춘향은 나쁜 여자일까?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몽룡은 춘향에 비해 이기적인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