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상징물인 태극기가 1883년(고종 20년) 공식 국기로 채택된 이래 처음으로 국가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6일 “건국 60주년인 올해 광복절(8월 15일)을 즈음해 독립운동사와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태극기 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태극기를 근대문화재로 등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를 위해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이화여대박물관 하남역사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태극기 33점을 조사 중이며 이달 중 매듭지을 예정이다. 이 중에서 이화여대박물관이 소장한 ‘임시정부 태극기’를 비롯해 ‘김구 서명 태극기’(독립기념관 소장), 의병장 고광순의 ‘불원복 태극기’(〃) 등이 등록문화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태극기는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되기 이틀 전 장준하 선생에게 건넨 뒤 장 선생이 타계하기 이틀 전 이화여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역사적 유물이다.
‘김구 서명 태극기’(가로 60cm, 세로 45cm·사진 제공 송명호 씨)는 백범이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보낸 것이다. 백범은 이 태극기에 서명과 함께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과 인력과 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광복을 완성하자”는 편지를 남겼다.
‘불원복 태극기’(가로 129cm, 세로 82cm·사진 제공 송명호 씨)는 일제강점기 전남 구례에서 활동한 의병장 고광순이 “불원복(不遠復·국권 회복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라고 쓰고 일본군과 싸울 때 사용한 것이다.
하남역사박물관에 있는 미 해병 태극기. |
이 밖에 6·25전쟁 당시 미국 해병대원이 한국 시민에게서 받았다가 55년여 만인 2005년 경기 하남시에 기증한 태극기(가로 85cm, 세로 67.5cm·하남역사박물관 소장·사진 제공 문화재청), 일제강점기 멕시코 이민 한인들이 사용한 태극기(가로 44cm, 세로 31cm·국사편찬위원회 소장·사진 제공 문화재청) 등도 등록문화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열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장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극기가 쓰였는지 시대 상황에 따라 태극기에 역사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