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아이오와 코커스로 보는 한국 정치의 현실, 그리고 희망

Super:H 2008. 1. 3. 15:48

미국에서 아이오와 코커스가 오늘 실시됩니다.
아이오와 주의 민주당과 공화당 최종 공식 대통령,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는 날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우리의 한나라당 경선 때와는 다른,
심지어는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전과도 다른 풍경이 벌어지더군요.
한 달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벌어져 있던 정당 후보별 지지율 격차가
코커스가 가까워지자 조금씩 줄어들더니 급기야 어제는
모든 정당의 주요 후보들이 오차 범위 내의 지지율 차이로 격돌하게 된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것이 한국과 미국의 진정한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거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한국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향후 5년동안 나라의 운명을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대통령 선거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다 보니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도 모르고 여론에만 휩쓸리고,
열정적으로 특정 후보 선거 유세를 하는 유세인단만 열심히 선거 활동을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후보들은 열심히 생각해서 내놓은 공약을 국민들이 제대로 들어 주지 않으니
당선을 위해 상대 후보들의 단점을 꼬집어서 그들의 인기도를 떨어뜨려
반대로 자신의 인기도를 높여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만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무관심에서 시작된 네거티브 공방전은,
결국 국민들의 더 큰 무관심과 더 큰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이어져 악순환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 풍경은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고, 국민들은 선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고,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 오면 후보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기는 커녕
언론에 많이 나오고, 어떤 이유에서든 인기가 많은 후보 쪽으로 더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그러나, 미국의 선거 풍경은 그와 다릅니다.
일정한 공약과 네거티브 공방전의 한 사이클이 끝나면 계속 그것이 반복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 후보들의 선거 운동과 공약 검증은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더욱 불이 붙습니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상식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것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달리,
미국 후보들은 상대 후보들의 그런 점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걱정하고
상대 후보들이 그런 특징을 지나치게 이용해서 근거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자신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후보들의 실속 없는 흑색 비방에 스스로 지쳐 버리는 한국 국민들과 달리,
미국 국민들은 후보들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꼼꼼히 판단해서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선거가 다가오면 그 생각을 다시 검토해서 보완하고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여러 면에서 더 많이 발달한 선진국임은 사실입니다.
미국에 우리나라보다 더 탄탄한 정치적 기반과 확실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아직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국민 의식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잘만 찾아보면 국민들이 그들의 의견을 활발하게 나누고,
실제 정치에까지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영향력을 지닌 곳이 많습니다.
그런 공간들에서 나타나는 국민의 의견이 그 숨겨진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혼잣말로 정치권을 비판하기만 할 뿐 활발한 참여를 하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한데 모여 전쟁으로 초토화된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 냈고,
같이 뭉치면 못 할 것이 없는 민족성으로 세계 경제 규모 11위라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지금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그 능력과 그 힘을 국제적인 무역에서만 쓰지 않고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나라 정치에 발휘한다면, 우리나라 정치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조금만 더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해 보십시오.
한층 더 성장한 국민 의식과 함께, 몰라보게 달라진 정치권의 모습을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