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관련 판결(2019노1937)을 선고하는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는 환송 전 상고심의 판단에 따라 뇌물공여 및 횡령액이 86억여 원임을 전제로 선고형을 정해야 한다(https://m.yna.co.kr/kr/contents/?cid=AKR20210118033300004 참조). 환송 전 상고심 판결 당시와 비교했을 때 뇌물공여 및 횡령액을 적게 인정할 새로운 사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제1심에서 인정된 액수보다는 적고 환송 전 항소심에서 인정된 액수보다는 많다.

그래서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는 본형으로 제1심 선고형과 환송 전 항소심 선고형(집행유예의 대상이 된 본형) 사이인 징역 3년을 선고하되, 그 집행을 유예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사실 제1심 선고형과 비교하면 징역 3년이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가 공판 진행 과정에서 집행유예 선고의 가능성을 닫지 않은 듯한 것으로 보이기에 이렇게 추측함이 타당하다.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초과하는 본형을 정하면 그에 대하여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고형이 징역 10년 미만이라면 사실심 재판부는 광범위한 양형재량을 가진다. 그에 따른 선고형은 대법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가 본형을 징역 3년으로 정한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오늘(18일) 판결의 핵심은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가 재벌 총수에 대한 ‘3-5(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정찰제 판결’ 관행을 깰 수 있을지로 귀결된다. 그 관행을 깬다면 선고형은 징역 3년이 될 것이고, 그 관행을 깨지 않는다면 선고형은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될 것이다.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의 선택이 둘 중 어느 쪽일지는 예상하기 어려우나, 전자이기를 바란다.

지금은 1980년이 아니라 2021년이다. 삼성은 총수가 옥중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다고 해서 운영에 차질을 빚을 만큼 기초가 약한 기업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 경제는 삼성이 흔들리면 같이 휘청일 만큼 약하지 않다. 사법부는 재벌 총수의 죄를 ‘재벌 총수’의 죄가 아니라 ‘죄’ 그 자체로 보고 판단하면 된다.

+ 1/18 14:24 추가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 없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와 함께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하고 이 부회장을 법정구속했다(https://m.yna.co.kr/kr/contents/?cid=AKR20210118112353004). 제1심과 큰 차이가 없는 뇌물공여 및 횡령액을 인정하고도 제1심 선고형인 징역 3년보다 더 낮은 형을 선고한 것은 아쉽지만, 재판부가 그간 재벌 총수에게 유죄를 인정하고도 ‘관대하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온 관행을 깨고 실형 선고를 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아마 이 부회장은 이 판결에 대해 다시 상고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재상고심이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이제 이 사건에 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는 다툼이 사실상 없으므로 오늘 환송 후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2년6월의 형은 그대로 확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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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경과]

- 제1심: 뇌물공여 및 횡령액 89억여 원 인정, 징역 5년
- 환송 전 항소심: 뇌물공여 및 횡령액 36억여 원 인정, 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
- 환송 전 상고심: 뇌물공여 및 횡령액 86억여 원 인정 취지 파기환송
- 환송 후 항소심(2021. 1. 18. 선고): 뇌물공여 및 횡령액 86억여 원 인정, 징역 2년6월

[참조 조문]

법원조직법 제8조(상급심 재판의 기속력)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下級審)을 기속(羈束)한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형을 병과할 경우에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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