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2020. 1. 9. 선고 2019구합64198 판결(원고 전부승소), 서울고등법원 2020. 6. 24. 선고 2020누32656 판결(항소기각), 대법원 선고 2020. 10. 15. 선고 2020두43319 판결(심리불속행기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또 성적순이 되어서도 안 되기에, 판결이 변호사시험법이 예정하지 않았고 변호사시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은 석차 공개를 기성 법조인들이 판결로 강제한 셈이 된 터라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민에게는 최대한 많은 공적 정보에 접근할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알 권리(이는 표현의 자유에서 도출된다)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정보공개법 기본법리에 의하면, 위 판결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한 것은 그 법리적 타당성을 방증한다.
각 판결에서 논한 쟁점은 (1) 변호사시험 석차가 정보공개법상 "법률 또는 법규명령(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명령)에 의해 비공개대상에 해당하는 정보"인지 여부, (2) 변호사시험 석차가 "시험의 공정한 운영에 지장을 주는 정보"인지 여부, (3)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한다"고 정한 변호사시험법 제18조 제1항이 변호사시험 '석차'의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근거가 되는지 여부 등 세 가지다. 변호사시험법 및 동 시행령은 석차를 비공개한다고 명시하지 않는다. 석차는 변호사시험이 실시되고 나서 원점수 채점과 표준점수 변환, 총점 합산이 모두 끝난 후에야 비로소 산출할 수 있는 정보여서 시험의 '공정한 운영'에 지장을 준다고 볼 수도 없다. (시험의 공정한 운영에 지장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는 제10회 변호사시험 시행 과정에서 법무부가 몸소 보여주었다.) 정보공개법이 모든 공공정보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이상, 변호사시험 성적이 법령상 공개대상으로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성적이 아닌 석차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위 판결의 타당성은 정보공개법상 이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성적과 석차 공개 때문이 아니라 변시 ‘합격률이 낮아서’ 로스쿨 교육이 제도 도입 당시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변질되고 있다는 제1심의 비판은 깊이 새겨야 한다. 제1심 판결과 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한 항소심 판결이 전하는 메시지는, 변시 성적에 자신이 있는 변시 고득점자는 그 고득점에 상응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게 하되(물론 이 이점이 특권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와 별개로 고득점자가 아닌 대다수 나머지 응시자들 중에서는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시 중 찜찜함이 남는 부분이 단 하나 있다면,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시, 즉 변호사시험은 선발시험에 해당한다는 판시다. 다만, 이 판시도 ‘법적으로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함으로써, 변시가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기능하는 현 실정이 바람직하다거나 변시가 제도 도입 당시 원래 목적대로 자격시험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처음에 제도 설계를 꼼꼼히 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로스쿨 입시와 학사운영만큼이라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의 함의를 고민하고 이를 더 깊이 있게 논의했다면, 합격자 수와 그 결정 방식을 둘러싸고 매년 불거지는 논란을 미리 피하고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점에서 이 사건은 법리가 아니라 그 배경과 향후 영향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불속행기각한 것은 더욱 아쉽다. 이 사건은 사실 법리만 놓고 보면 주요사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하급심 판결은 변호사시험과 로스쿨 제도 전반에 관한 이 사건의 함의를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대법원의 선택은 그와도 대조된다. 권력분립은 민주국가의 핵심 틀이고, 사법부는 그 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변호사시험은 그 사법부를 구성하는 가장 첫 단계로서, 궁극적으로 민주국가의 의의와 그 운영방식의 일부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기관으로서 변호사시험의 그러한 의의에 관한 법적 검토 결과를 공식적으로 제시할 책무가 있다. 최종 결론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법원이 상고기각사유조차 밝히지 않고 달랑 한 줄짜리(판결문 양식에 따르면 세 줄짜리) 형식적 판결이유만 남기는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한 것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그 책무를 의식적으로 방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