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방법원 2020. 11. 30. 선고 2018고단1385 판결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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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0. 5. 21. 발생한 상황에 관한 피고인 전두환의 회고록 내용 중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
     (ㄱ) 천주교의 조ㅇ오 신부도 명백히 광주 불로천변을 향해 헬기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기총소사하는 장면을 자신의 눈으로 분명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ㄴ) 이러한 주장은 헬리콥터의 기체 성능이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이거나 아니면 계엄군의 진아바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일 뿐이다.
     (ㄷ) 조ㅇ오 신부님은 90. 2. 23. 방영된 MBC의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에서 인터뷰를 통해 '1미터 정도의 불꽃을 내뿜으면서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3번이나 지축을 뒤흔드는 기총소사를 직접 목격하였다'고 말씀하셨는데 (후략)
     (ㄹ) 지축이 흔들리는 정도의 사격 소리가 날려면 500엠디의 기관총 소리보다는 코브라의 발칸포여야 하는데 당시에는 코브라가 광주에 없었으며 ... 한 명의 부상자도 직접 증언이 없었(고) ... 헬리콥터의 기총소사에 의한 총격으로 부상한 사람들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헬리콥터가 장착한 화기의 성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임이 방ㅇㅇ 항공단장의 진술로 증명되었다.
     (ㅁ) 그러나 조ㅇ오 신부는 자신의 허위 주장을 번복하지 아니하였다.
     (ㅂ) 조ㅇ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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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1심 법원의 판단
* 법리: 사자명예훼손죄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허위'인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때 성립한다(형법 제309조).
     (ㄱ), (ㄷ):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므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나 허위사실 적시는 아니다.
     (ㄴ): 헬기 사격설을 부정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헬기 사격설에 관한 의견을 표현한 부분이므로, 사실의 적시가 아니다.
     (ㄹ): 헬기 사격설을 부정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헬기 사격설에 반대되는 사실과 방ㅇㅇ 항공단장의 진술을 피고인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 부분이므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거나 피해자(망 조ㅇ오 신부)와는 무관한 사실의 적시이다.
     (ㅁ): 피해자의 입장을 그대로 표현한 부분이므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나 허위사실 적시는 아니다.
     (ㅂ): 외관상 '피해자가 거짓말쟁이'라는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피해자가 주장한 기총소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당연히 전제하는 것으로서, 그 사실을 강조하여 표현한 것이어서, 이는 피해자에 대한 사실의 적시이다. 여러 광주시민과 일부 군인의 진술에 의하면 그 사실은 허위로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공소사실은 유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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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논평
     (ㄱ), (ㄴ), (ㄷ), (ㄹ): 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
     (ㅁ): 피해자가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지 아니하였다는 표현은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주장이 진실인데 이를 두고 피해자가 자신의 '허위 주장'을 번복하지 아니하였다고 표현하면 이는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물론 맥락에 따라 '허위사실'이라는 표현이 특정 사실 그 자체의 진위가 아니라 특정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통상 후자의 의도를 표현할 때에는 '그게 사실이라니 말도 안 된다.'와 같이 발화자의 주관적 인식을 드러내는 표현과 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그러한 표현 없이 진실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사실은 허위사실이다'라는 표현만 단정적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표현은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ㅂ): 사회통념상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은 '거짓말'보다는 '쟁이'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된다. 즉, 거짓말쟁이로 지칭된 사람이 말한 '사실'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라는 의미보다는, 거짓말쟁이로 지칭된 '사람'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 내지 의견으로 해석된다. 제1심 법원이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이 '거짓말'을 전제로 한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 점을 간과한 해석으로 보인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에 '거짓말'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유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이 '거짓말'이라는 표현과 똑같은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는 것은 '거짓말쟁이'의 일반적 어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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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이 사건 제1심 판결의 결론이 상급심에서 무죄로 바뀔 가능성은 없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양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또한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사건의 결론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피고인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 자신들이 작성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광주항쟁 진압을 위해 지상에 결집한 다수 시민의 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헬기에서의 위협사격을 계획했다고 적었고(기총소사가 아닌 단발성 사격으로는 단순한 위협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군중의 해산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광주항쟁 종료 후에는 해당 사격 관련 언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를 수정 또는 삭제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위와 같은 이유로 그 결론에 이르는 구체적 논거는 상급심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제1심 판결이 양형이유로 제시한 다음 판단은 상급심에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피고인은 ...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 불행한 역사에 대하여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 그런데도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자신은 ... 아무런 책임이 없고 자신에 대한 오해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고, ...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담은 이 사건 회고록을 집필, 출간하였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며, 과거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대하여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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