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카카오톡 공지사항을 봤다.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메신저 등으로의 '사이버 망명'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현실화되자 다음카카오도 위기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 때 이석우 대표가 한 해명은 '법이 그러니까 우린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들렸기에, 이번에 다음카카오가 '외양간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보안 강화와 영장집행 요구건수를 포함한 투명성 리포트 발간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건 늦었지만 반길 만한 일이다. 외국 메신저 프로그램 다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한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카카오톡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문제는 압수수색영장과 도청(이건 실로 어마어마한 단어다)영장을 필요 이상으로 요청하고 발부하는 검찰과 법원이다. 영장을 청구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범위를 좁혀서 청구할 수 있는데도 그냥 편하니까 범죄 혐의와 무관하게 '며칠치 기록 전체'를 요구하는 태도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다음카카오는 할 수 있는 대응을 못 하는 것처럼 하면서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그제야 하기로 했기에, 다음카카오도 사실은 피해자라는 관계자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애초에 검찰(과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일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국민도 다음카카오도 이런 논란은 치르지 않아도 됐을 일임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프리덤하우스 조사에 의하면 완전 언론자유 국가가 아닌 '부분적 언론자유' 국가 지위에 몇 년째 머물러 있다. 여기서 언론을 뜻하는 press는 보도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전반을 포괄하기에, 저 지위의 의미는 생각보다 엄중하다. 이번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언론자유에 대한 이 생각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평가해 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체크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