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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위, 자정까지만 괜찮다고?: 집시법 10조 야간시위금지 한정위헌 결정 비판

Super:H 2014. 3. 28. 21:17

집시법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2008헌가25 결정에서 헌재 재판관 5인은 위 조항 중 옥외집회 부분이 헌법상 집회허가제 금지에 위반돼 위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그 중 2인은 집회허가제 금지에 위반됨은 물론 집회결사의 자유 자체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2항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헌재는 당시 5인만으로는 위헌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다른 2인의 헌법불합치의견 - "위 조항이 집회허가제는 아니지만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며, ‘야간의’ 집회를 제한하려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므로 입법자가 위헌성 있는 부분을 개정하면 된다" ― 을 더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정문에서 밝히고 있다. 즉, 헌재의 이 부분 다수의견은 사실상 단순위헌이었던 것이다.

이어 2014. 3. 27. 나온 2010헌가2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의 시위 부분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임을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헌재는 집시법상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함으로써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②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서 일반 집회보다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집회와는 구분된다고 했는데, 여기에도 동의한다. 그러 므로 위 조항 단서 부분은 시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자연히 시위 부분의 허가제 금지 위헌 여부는 관련 부분 자체가 없는 것이므로 논의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또한 시위는 집회와 달리 더 많이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심야 시간대에 국민의 평온을 위해 특히 더 규제해야 한다는 판시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 규제는 단순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 3인이 밝히고 있듯이 위 조항의 단순위헌을 선언한다고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집시법상 시위는 집회에 비해 더 강하게 규제받고 있고, 야간의 시위에서 발생한 형사문제들은 형법 및 특가법상 야간 가중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래도 야간의 집회·시위를 추가로 규제해야 한다면, 위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한 후에 기존 집시법상 제한 규정에 야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추가하면 될 문제다. 헌재가 이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결정문을 통해 입법부에 그렇게 할 것을 촉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도 재판관 6인은 위 조항의 ‘일몰 후, 일출 전’ 부분이 지나치게 모호한 것만이 위헌의 이유라고 하면서 주·야간의 시위가 완전히 동일하게 규율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몰 후 자정까지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한정위헌의견을 냈다. “주·야간의 시위를 완전히 동일하게 규율”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시간만을 근거로 시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 것 자체 때문에 위헌인 조항을 밤12시 이후 심야의 시위에는 계속 적용하게 하는 위헌적 결과를 낳은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결정보다 더 진일보하여 재판관 9인 전원이 야간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위헌임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칭찬할 만한 일이고 환영한다. 이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이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조항 자체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당한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정당하지 않은 수단이라서 위헌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그리고 설령 2010헌가2 결정 다수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심야의 시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전 국민을 규율할 심야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는 없으며, 이번 헌재 결정대로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은 시위라도 23:59에는 합법이고 00:01에는 불법이라는 것에는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1) 2008헌가25 결정에서 전부위헌의견 재판관 중 2인이 낸 위헌보충의견(야간옥외집회에 대한 것이지만 야간시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과 (2) 2010헌가2 결정에서 전부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3인의 의견 요지를 통해 분명히 볼 수 있다. 위 결정요지들은 필자가 이 부분에 대해 별도로 부연하는 것보다 이번 한정위헌 결정의 불합리성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위 결정요지들을 그대로 인용하여 소개하는 것이 더 분명하기에 그 부분들을 그대로 인용하며 글을 끝맺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