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생각

한나라당은 사법개악을 조속히 중단하라

Super:H 2010. 3. 25. 19:56

한나라당이 최근 대법원 증원과 양형위원회 대통령 직속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사법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법부가 PD수첩에 아무런 죄도 없다는 비논리적인 판결이 나오고, 판사마다 전교조 시국선언 참여자들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판결을 내리자 나온 사법개혁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책이다. 물론 일부 판사들이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인 양 적용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법개혁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놓은 안에 따른 사법개혁은 사법부의 독립을 제한하는 사법‘개악’일 뿐이다.

먼저 한나라당은 현재 14인인 대법관 수를 24인으로 증원하고, 대법원 아래에 각계 인사로 구성된 법관인사위원회를 신설하여 대법관의 3분의 1은 비법조인을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사법부가 더 넓은 시각으로 더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법원은 정부의 노골적인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대법관 수가 대폭 늘면 정부가 직접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의 수도 대폭 늘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난 자리를 더 많은 친정부 인사들이 더 채울 것임은 당연하다. 게다가 비법조인 출신 대법관이 많아지면 정부의 간접적인 영향력도 커진다. 비법조인은 전반적인 능력이나 사회적인 덕망과 관계없이 정부의 뜻에 자신 있게 대항할 수 있을 만큼 법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인은 무엇이 옳은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때에 법리를 더 깊이 연구하여 판결의 논리를 명확히 하지만, 법적 지식이 부족한 비법조인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올바른 판결이 무엇인지 고민하고는 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정부의 뜻을 간접적으로 주입시켜, 이들이 자발적이든 아니든 정부의 뜻대로 판결하게 할 것이다.

또 한나라당은 대법원 산하의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옮겨 더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법 제도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법원의 노력을 무시한 채 정부가 사법부에 정부 의견을 강요함으로써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법 적용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범죄에 대한 형벌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있다. 이는 판사가 범죄인 개개인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없거나 있어도 이름뿐인 기준이라서 사건마다 선고형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법원은 사법부의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양형위원회를 구성했다. 양형위원회는 명확한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시작하여, 지금은 새 양형기준의 큰 틀을 잡고 세부사항을 손질하고 있다. 이렇게 양형위원회는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꾸준히 이뤄 왔다. 이 양형위원회를 한나라당 의견대로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어 새로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사법부가 꾸준히 노력하여 현재 실정에 맞게 마련한 양형기준 개선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남이 피땀 흘려 지은 새 건물을 내 마음대로 헐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질서를 확립하기는커녕 더 유린할 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은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법부의 잘못을 고치는 것은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 원리에 의해 당연하고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도가 지나치고 방향이 잘못된 견제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법‘개악’을 속히 중단해야 한다.